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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당에서 하는 짓이 더럽고 힘들어도˝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5.24 05:54 수정 2022.05.24 05:54

최철근 편집국장

ⓒ 웅상뉴스(웅상신문)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19일부터 공식 본격 선거운동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작업이 예선전이었다면 이제 본선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 달라는 외침에 거리는 선거운동 물결로 요동치고 목이 쉬도록 유권자들을 향한 후보자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 분위기는 종반전으로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냉철해져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다.

경남도정, 경남교육, 양산시정을 책임지는 참 일꾼과 도정과 시정을 견제·감시할 도·시의원을 제대로 뽑아야 우리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건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후보자별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허황한 공약일수록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도정·시정을 견제·감시하는 도·시의원 후보자들의 경우에는 신분상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인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실시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흔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말한다. 지역별로 우리 지역의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지방선거는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선거가 되어 버렸다.

말이 지방선거이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를 하는 느낌이다. 중앙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도 지방자치를 잘 이끌어 갈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고, 대통령 선거의 연장선으로 몰고 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이렇게 변질된 이유는 정당공천제 때문이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선거 후보자를 정당이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정당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골라야 한다. 물론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지만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양산시 시·도의원 선거 후보자 40여 명 중 무소속 후보는 1명에 불과하다.

결국 정당에 가입해 정당 활동을 충실하게 하지 않으면 지방정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주민은 뒷전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자는 지난 3월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마자 중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후보들이 많다. 어차피 정당 대결로 펼쳐질 것이니 굳이 서둘러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또한 시의원 선거의 경우 이미 절반 정도는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당 공천제 이후 실시된 시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의 '가'번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지방선거를 정당 대결로 몰고 가고, 유권자들은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을 판단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첫 번째로 추천한 '가'번 후보에게 투표한 결과이다.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당선된 것이 아니라 정당 덕분에 당선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모 정당에서 시의원 '가'번을 공천받은 후보는 '가'번으로 공천받은 것을 축하한다는 주변의 덕담에 정당에 더 충성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 공천제가 만들어 낸 웃지 못할 현상이다. 이들에겐 시민은 없고, 정당만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각 정당 간 세 대결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로는 지방자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방자치 2.0 시대를 열겠다며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놓고,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을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매번 지방선거때마다 이러한 잘못된 선거 제도에 대해 지적을 하지만 선거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그들을 부하로 생각하는지 손을 대지 않는다. 심지어 웅상지역 모 후보는 그동안 공천을 받을 때까지 당에서 하는 짓이 더럽고 힘들어도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인내를 해왔다고 억누른 분을 참지 못해 속내를 들어냈다.

이번에도 아쉬운 선거로 막을 내릴 작정이다. 이런 폐단을 안고 가는 후보자들은 정당을 떠나 유권자들을 향한 지금 마음에 새긴 각오를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지금 만큼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마음가짐을 살아가는 내내 유지한다면 당장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선거는 축제이다. 축제답게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하고, 선택을 받는 선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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