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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련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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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데친 역에 도착했다. K하우스에 맡겨둔 캐리어를 챙겨서 프라하에 간다. 숙소는 공항에 가기 쉽게 중앙역 근처에 예약해 놓았다. 3일간 오롯하게 프라하를 즐길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이다. 프라하는 4월 9일, 4월 28일 당일치기로 갔으니까 이번 3일 합하면 5일간 프라하까지 약 2시간, 당일치기로 두어 번 왔으니까, 5일 정도 프라하를 여행하는 셈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4박 5일, 프라하 2박 3일은 내겐 첫 자유여행이다. 북킹에서 숙소를 예약하고 유레일패스로 열차도 타고 구글맵 자유롭게 사용, 획기적인 발전이다. 2019년 남미 여행 땐 숙소에서 200미터 이상 벗어나지 못했고 구글맵 대신 주소로 숙소를 찾아갔다. 2022년 서유럽여행 땐 조금 발전해서 혼자서 몇 시간 돌아다녔고 구글맵 사용도 조금 할 줄 알았다. 여행에서 배우는 것은 그것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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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
ⓒ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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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과 미역국 5월 5일 바젤 중앙역에서 저녁 9시 13분 출발, 데친 아침 7시 54분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일단 데친역에서 내려 캐리어를 챙기고 다시 프라하에 갈 예정이다. 30분쯤 남겨 놓고 주섬주섬 짐도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하면서 창밖을 내다본다. 아, 근데 정차한 역이 아무리 봐도 베를린역이다. 두 눈을 몇 번 깜박거리곤 몇 번 확인해도 베를린역이다. 대체 왜? 데친 도착 30분 전인데 아직 베를린이라니.
역 도착지를 안내하는 전광판도 꺼져 있어서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역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익숙한 드레스덴이나 뭐 그런 역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역무원이 장황하게 말하더니, 다시 뭐라고 길게 말한다.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열차가 텅 빈다. 아무리 베를린이라도 이렇게 다 내릴 리가 없는데 싶어서 짐을 챙겨 나가면서 때마침 오고 있는 역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며 묻는다. 데친까지 간다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역무원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으니 여기서 내려 9시 부다페스트행 열차를 타라고 한다. 7시 몇 분인데, 9시라니. 인포메이션에서 가서 재차 확인하고 9시 1분 EC253 부다페스트행 기차 프린트를 받는다.
남은 시간 2시간 남짓. 이참에 베를린 구경이나 하자 싶었다. 역 건물 밖으로 나간다. 넓은 광장이 휑하니 있고 멀리 건물이 보인다. 크고 작은 캐리어 2개를 끌고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것도 무리, 커피나 마시자 싶어서 역 주위를 둘러본다. 3층으로 된 역 내부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문을 연 가게도 많고 긴 줄을 서 있는 가게도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독일이 엄청 크다는 것이다. 동독과 서독이 하나가 된 이후 거대해진 독일. 우리나라도 남북이 하나가 되면 어떨까,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일단 땅이 커질 테고 자원이 풍부해질 것이고 서로 부족한 것은 메꿔가겠지.
아무튼 어제 오전, 바젤역에서 좌석예약을 하러 갔다가 예약 좌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직원의 말에 어떻게 하나 복도에서 자나 어쩌나 온갖 상상을 했다. 다행히 널찍하게 자릴 2개를 차지, 자다가 졸다가 하면서 왔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누군가 독일은 기차 연착을 자주 한다고 하더니 그 케이스인가.
아니면 열차에 문제가 있었나. 그러고보니 열차 와이파이도 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했기에 승객을 전부 내리게 하는가. 갑자기 열차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기계적 결함인가 아니면 노쇠했나. 다른 문제가 있다면 뭔가. 열차 운행 정지에 대해 검색까지 해 보고 싶어진다.
11시 57분 데친 도착. 약 3시간 걸린다. 시간상으로 봐서 연착했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자다니. 내가 자는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한 번 자면 불이 나도 모르는 나의 잠은 좋은 건가. 안 좋은 건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창밖에 펼쳐진 들판을 눈에 담는다. 4월 초만 해도 황량하고 삭막했던 들판에 유채꽃이 피어 있고 온통 푸른색이다. 한 달 사이 들판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아, 집에 가고 싶어.”
지난해 서유럽여행 막바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노래를 부르던 동지들이 생각난다.
아, 집에 가고 싶어.
여태 한 번도 내뱉지 않은 말이다. 동지들이 그 말을 할 때도 나는 생생하게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했는데. 그때 그 동지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연발 내뱉는다. 여행도 지겹고 식당에서 커피 마시는 것도 그저 그렇고 이 나라 음식은 입에 대고 싶지도 않고 뭘 보는 것도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아, 이래서 사람들은 정착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들이 뒤섞인다.
암튼 열차 덕분에 베를린 땅도 밟아봤네.
마침내 데친 도착, 강 선생님에게 전화하니 데친 숙소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로 오라고 한다. 그리고 미역국과 밥, 샐러드를 만들어 준다. 스페인에서 관광 공부를 했던 강 선생님의 여행인솔자 경력은 몇십 년, 체코 여행 8일간 사람들을 인솔하고 온 강 선생님의 얼굴은 환하고 생기가 돈다. 강 선생님은 여행을 한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안다면서 이것저것 챙겨서 먹이려고 한다.
고마워요.
따뜻한 밥과 국. 집에 온 느낌이다. 강 선생님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천장에 유리창이 있어서 하늘과 구름이 다 보이고 방도 몇 개 되고 주방, 거실 소파 등 골고루 갖추고 있다.
4, 5명 정도, 가족이나 단체 손님들 받으면 돼요.
즉 아파트도 여행자 숙박용이다. 강 선생님은 이번에 여행 인솔을 하면서 너무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면서 프라하에 간 일들을 말한다. 천문대에 올라간 일이며 크루즈를 탄 일이며 프린스 호텔에서 2시간 보낸 일 등등.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데친역으로 향한다. 강 선생님이 캐리어 하나를 끌어주고 열차가 30분 연착이니 혹시 안 오면 프라하가 종점인 차 시간도 알아봐 주고 엘리베이터를 직접 타는 시범을 해 보이면서 가르쳐주는 강 선생님을 보내고 열차를 기다린다. 아니나다를까 강샘의 예측대로 연착된 EC는 60분 연착이 된다.
나이가 지긋한 여자 역무원이 와서 큰소리로 뭐라고 한다. EC가 독일 열차라고 하더니 무슨 철도 파업을 하나. 티켓 파는데 가서 프라하 가는 열차 시간 스케줄을 프린트해 달라고 한다. 2시 30분 열차는 우스 뭐라고 하는 역에서 갈아타고 3시 25분 R689차가 프라하중앙역까지 직행으로 간다.
마침내 R689열차를 무사히 타고 한시름 놓는다. 드디어 프라하 가는구나. 어, 근데 무슨 역에선가 사람들이 전부 내린다. 여자 역무원이 바로 옆 선로에 정차해 있는 열차를 타라고 손짓을 한다. 아니, 분명히 프라하까지 직행이라고 했는데. 무슨 일이람. 체코어를 잘하면 한마디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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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 거리 |
ⓒ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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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프라하에 도착.
피곤하지만 그냥 쉴 수는 없는 일, 일단 야경도 볼 겸 블타바강 크루즈를 탈까 싶어서 카를교로 걸어간다. 숙소에서 2분 거리 바츨라프 광장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체코 국립박물관에서 우스테크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750m, 체코 독립이 선언되고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이 시작된 바츨라프 광장. 역사적 현장을 걸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체코에 오기 전 ‘프라하의 봄’ 영화를 다시 보려고 했지만 보지 못했고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읽으려고 챙겼으나 읽지 못했다.
어쨌든 프라하에 3일 정도 머무는 행운이 주어졌다. 체코에 왔을 때 제일 먼저 3일 정도 프라하에 있으려고 했는데, 그것이 우연히 실현된 것이다. 거리 상가는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활기가 넘친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신 신이 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이쁜 물건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데, 점점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기침도 하는데다 종일 열차에 시달린 몸이 좀 쉬자고 우는 소리를 낸다.
무리하지 말자. 크루즈는 내일 타도 되고 또 못 타면 어때. 그리하여 숙소로 돌아간 나는 잠을 청한다. 여행자의 심정을 잘 안다면서 강 선생님이 차려준 따뜻한 밥과 미역국이 자꾸만 생각난다. 대체 얼마 만에 먹어본 정다운 식사인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의 세계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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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시계탑 |
ⓒ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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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일기- 드디어 프라하에 첫발을 디딘다
여행 딱 10일이 지났다. 2일은 기차를 타고 데친 근처를 돌아다녔고 4박 5일은 부다페스트(2일은 8시간 기차 탐), 어제는 프라하에 갔다. 매일 뭔가 했고 가슴 뿌듯한 순간도 있었는데,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느낌이다. 더구나 어제는 뭔가 피곤했고 대체 이 여행을 왜 하는지 회의감이 느껴졌다. 왜? 어제의 몇 장면을 되새겨본다. -프라하 기차 셋은 라운지에 모여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고 활기차게 데친역으로 가서 할인티켓 구매, 희희낙락 기차를 타고 식당칸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무사히 프라하역에 내린다. (11일까지 영상제작실기 숙제 마감, 11일 투어가 있어서 10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걸 논다고 잊어버린 나는 차 안에서 숙제할 생각인데 잘되지 않았음)-17번 트램을 찾아서 구글맵을 따라 17번 트램 정류장 찾음. 처음엔 버스인 줄 알고 버스정류장을 찾다가 트램인 걸 알게 됨. 그 과정이 길어진다. 1년 전 구글맵 사용 이후 처음이라 그런지 도보 방향 잡는 것이 헛갈려서 헤맨다. 나 혼자 같으면 몇십 분 헤매도 상관없지만 일행 2명이 있는지라 신경이 쓰인다. 프라하는 어딜 가도 좋으니 그냥 아무 버스나 타서 가자는 안 작가의 말에 그래도 원래 가기로 한 곳에 가야지, 하고 꿋꿋하게 길을 찾는다.
외국인에게 영어로 물어보지만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말도 되지 않는다. 아무튼, 몇 번의 물음 끝에 17번 트램 정류장을 찾아간다. 구글맵이 가는 길을 따라 움직이니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뒤돌아보니 작년 서유럽여행 때 나 혼자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플라멩코공연 예약, 공연장 등을 구글맵으로 찾아갔는데, 아침 일찍 로비에 내려와서 1시간 정도 지도를 보고 구글맵으로 가는 방법을 꼼꼼하게 수첩에 적고 인지하고 출발한 기억이 난다.
이번 프라하 여행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음. 기차 안에서도 숙제할 생각으로 카를교 주변 갈 곳도 검색하지 않음
-영어를 못해도 구글맵을 볼 줄 알면 어느 장소이든 찾아갈 수 있는데, 정보와 준비 부족이 헤매는 요인이 되었음. 그래도 여행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은 얼렁뚱땅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생고생을 하지 않으려면 구글맵 사용 확실하게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미리 갈 곳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 공부 좀 해야 한다는 것. 한 명은 에너지 없다면서 하지 않고 두 명은 대강, 별생각 없음. 3명이 한 사람 몫을 하는 듯^^ 그래도 나름 알차게 여행!!)
-카를교에서
카를교 한 정거장 앞에 내린 것은 탁월한 선택, 광장에서 음악이 있고 비둘기가 있고 벤치에는 사람들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데를 그냥 칠 수는 없지. 피곤함도 풀 겸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을 (183코루나) 마시면서 강을 바라본다. 이어 강을 따라 카를교로 걸어간다. 강 건너 프라하성과 집들은 한 폭의 그림이고 카를교는 환상적이다. 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블타바강에 놓인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카를교. 카를교~로마제국의 황제였던 따를 4세 때 시작, 52년의 공사 끝에 바츨라프 4세 때 완성했다는 카를교에는 30인의 성인상과 연세가 지긋한 분들의 악단과 악기, 노래, 어반스케치와 수채화 그림들, 그리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행을 오기 전, ‘프라하의 봄’ 영화를 다운받아 보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소설을 읽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바쁜 일정으로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비 내리는 어두운 밤, 흐릿한 불빛 아래 남녀가 안고 걸어가는 그림이 프라하의 연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프라하의 풍경인 듯….
그림의 구도를 눈여겨보고 나중에 그림을 그릴 요량으로 사진을 찍는다. 어딜 찍어도 그림이 나온다.
카를교 지나서 광장의 커피숍에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90코루나). 데친 환전소에서 바꾼 코루나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다른 데 보다 비싸지만 맛이 다르다. 여태 마신 커피와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맛있다는 게 평이다.
5시간 넘게 영국 템스강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카를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강을 따라 걷고 싶지만 꺼내지 않는다. 다음에 날 잡아서 프라하성과 그 주변 미술관을 들러 볼 생각으로 프라하성도 꺼내지 않는다.
-천문시계를 찾아서
구글맵으로 천문시계를 찾아간다. 도보 방향이 헛갈려서 약간 헤맨다. 이번에 운이 따른다. 도착했을 때 천문시계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이어 종이 울린다. 동영상으로 찍었지만 실패. 비가 부슬부슬 오고 날이 춥다. 우리는 광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뭔가 먹고 쉬다가 움직이기로 한다. 2명은 굴라쉬와 데리야키, 나는 생맥주 주문한다. 음식량이 너무 적고 생맥주 가격이 음식값보다 더 비싸다. 남은 돈 200코루나 내고 나니 동전 하나 없다. 몸이 적당히 데워지자 일단 환전부터 하기로, 환전소 가는 길이 두 갈래다. 조금만 방향만 틀어도 길이 달라지고 7분 거리의 환전소 찾아가는 것도 헤맨다.
(구글맵 사용법을 확실히 익힐 것)
-다시 프라하 중앙역으로
애초 프라하 야경을 보고 막차는 그 앞 기차를 타기로 했는데, 그냥 집으로 가기로 합의한다.
9번 버스를 타고 순조롭게 프라하역까지 간다. 문제의 발생은 바로 프라하역 출입구다. 내릴 때 통로 중간에서 밖으로 나온 터라 프라하역 내부가 그렇게 으리으리하고 큰 줄은 알지 못했다. 6시 45분 s6 데친 기차가 떴지만 출입구를 찾느라 헤맨다. 직원이 영어로 뭐라고 가르쳐주었는데도 영어가 귀에 들리지 않으니…. 한국에 가면 필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 온 안은 발가락이 아프고 한이 프라하역 가는 길을 알아오지만 그때는 기차가 떠나버림.
버거킹에서 숙제하려고 스케치북을 펼쳤지만 잠이 쏟아지고 피로가 몰려온다.
왜 그렇게 피곤했는가.
분석해보니 구글맵으로 장소를 찾느라고 헤매고 프라하에 가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생각할 틈도 없이 부다페스트 피곤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군. 무리가 온 것 같다.
10일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남은 날들은 어떤 컨셉으로 보낼 것인지 생각해본다.
이왕 온 동유럽, 이런 기회는 앞으로 오지 않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흥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내게 있겠지. 오늘까지 논다고 하지 못한 강의를 다 들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그중 하나일 테고.
어떻든 여행의 재미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 하루하루 나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프라하에서 밤 8시 45분 기차 타고 데친 가는 중…. 깜깜한 밤이라 무슨 역인지도 모르겠고 전광판이 있는 칸도 없다. 10시 34분 시간 맞춰 내릴 수밖에 없다. 암튼 아침 8시부터 집 나와 기차 타고 17번 트램 타고 카를교와 천문시계, 기차 안의 식사와 카를교의 커피와 천문시계 앞 노천의 맥주, 환전소 등 구글맵으로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이 욱신거린다.
아. 집이 그립다.나도 모르게 말한다. 토요일 딸이 남편과 먹은 삼겹살 사진을 봐서 그런지 집이 그립다. 버릴 것 하나 없는 그림 같은 도시 프라하를 봤는데도 뭔가 피곤하다. 4박 5일의 부다페스트 여행 끝에 쉬지 않고 달려서 그런가. 여행 9일째. 지칠 때도 되었는지 아니면…. 이유를 잘 모르겠다. 폐북하다 보니 10시 30분. 내릴 준비한다. 정말이지 한 며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프라하의 봄: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 이에 불법 침략한 소련군의 군사개입사건을 포함하여 '체코사태'라고 함.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로 만듦. 밀란 쿤데라는 소련의 공산 정권에 반대 세력이라고 낙인이 찍혀 신변 위협으로 프랑스로 망명, 다이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아 구소련 치하에서 억압당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시민들의 저항 운동을 표현. #카를교, 천문시계#2023.4.10.월 데친 케이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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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교 갤러리 풍경 |
ⓒ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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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일기- 카를교 다리 갤러리에서 커피 마시다카를교 근처에 있는 카프카 박물관을 보고 난 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안 작가와 한 작가는 프라하성에 가고 나는 커피숍 찾는다. 그러다가 발견한 갤러리에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작품 감상도 이쁜 화가 주는 커피를 마신다. 갤러리에는 조용한 음악이 떠다니고 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프라하 갤러리 이런 데도 있네! 물론 판매용 그림도 있지만 작업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 누구든지 들어와서 쉬어가도 되고 에스프레소도 주고…. 하하 그리고 프라하에서 3일, 지금 나는 프라하성 아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 여행은 스쳐 가는 건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여행을 온 것일까. 남자와 여자의 사랑으로 엄마의 자궁에서 10개월간 있다가 태어난 우리는 어느 별에 있다가 어떻게 남자와 여자의 난자와 정자가 되어 이 지구로 온 것일까.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 오래 같이 있던 사람. 문득 바젤 숙소 주방에서 와인 1잔을 마시던 여자가 떠오른다. 감자와 브로콜리, 당근 등 제법 요리를 해서 와인 마시던 그녀는 바로 내 옆 침대, 중년에 접어든 듯한 여자는 내가 갔을 때 로비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오가면서 볼 때마다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는 텀블러에 타온 커피믹스다.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네. 내려가야 하나 어쩌나 생각하면서 멍하니 프라하 구시가지 붉은 지붕을 바라본다. 다행히 전쟁을 피해갈 수 있어서 유적과 유물들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프라하. 도시가 주는 아름다움은 사람의 눈과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일상에 지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힐링…. 다시 새롭게 일상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면 그것 만으로 이 도시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오늘 일정은? 내일 오후에 출국하려면 바쁘다. 어제는 강 선생님이 준 감기약 먹고 시내를 한 바퀴 돌고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니 새벽. 하지만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울까 봐 눈을 붙인다. 푹 잠이나 자자. 암튼 프라하성. 미술관. 보트 등 볼 것 할 것이 많은데도 그냥 이대로 커피만 마시고 싶다. 안 본다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도시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어차피 삶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할 테고
오롯하게 주어진 자유로운 오늘! 뭘 하든 내 맘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될 터.
암튼 프라하 구시가지를 보고 있으니 어제 열차를 타고 오면서 본 프라하 근처 도시들이 떠오른다. 신식 건물과 빌딩들이 있고 붉은 지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블타바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된 듯 도시는 상 주변에 있고 KB.라는 글자가 빌딩에 있어 다시 한번 확인한다. 혹시 우리나라 KB인가. 슬슬 추워진다. 일어나야겠다.
아침 9시,
프라다 카를교에 가던 길에 마주친, 달리는 사람들….
어제저녁 경찰들이 공사하더니 오늘 아침 이 행사 때문에, 지금 광장에도 대형 천막을 쳐 놓았던데. 나중에 무슨 행사할까 궁금.^^
프라하 유대인 거리에서 커피 한잔하고 떠나는데
발걸음이 자꾸만 머뭇머뭇….
프라하 알폰스 무하 박물관에서 만난 알폰스 무하의 작품!
프라하에서도 걸어 다녔다. 매일 바츨로프 광장을 지나고 천문시계탑을 지나고 카를교까지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알폰스 무하 박물관 관람도 하고 유람선도 타고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가방도 사고 작품도 구경했다.
프라하에서 38일간 여행 마무리를 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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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스 무하 박물관 작품 |
ⓒ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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