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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음지에서 자라는 버섯의 시간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라.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5.22 12:33 수정 2022.05.22 12:33

하동식 원장
변화혁신 아카데미

ⓒ 웅상뉴스(웅상신문)
맹자는 “하늘이 한 사람에게 큰일을 맡길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주며 굶주림과 빈곤에 빠뜨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처음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음지에서 자라는 버섯처럼, 중요하지 않은 부서에 배치되어 주목받지 못한 채 잡일을 해야 하는 것에 비유하여 자신들을 버섯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버섯이 음지에서 악조건을 견디며 자라듯, 초보 직장인도 상사의 혹독한 비판과 질책, 그리고 협력의 손길도 없는 냉엄한 시간들을 극복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은 능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연봉과 대우를 받기 때문에 버섯으로서의 이런 경험들은 날개를 달기 전의 필수적인 홀로서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철학과 중세역사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부모님의 희망에 따라 UCLA 법학과에 입학하지만 애초부터 법학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방황하였고, 결국 한 학기 만에 자퇴를 후 그녀가 구인광고를 보고 선택한 첫 일자리는 Marcus&Milichap이라는 부동산 중개 회사에서 6개월 간 안내 데스크에서 일했다. 맡은 업무는 손님을 접대하고, 전화를 받아 해당 담당자에게 연결해주고, 서류를 타이핑하고 문서를 정리하는 단순한 업무였지만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하였다.

이와 같은 버섯의 시간동안 새로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으며, 직장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상사에게 사람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니라 그 가능성에 집중하였으며,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맡겨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개인이 그녀에게 원고를 작성하는 업무를 제안했고, 그녀는 이 기회를 꽉 붙잡았고 이 일을 계기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던 평범한 비서에서 기업 소득의 60%를 관리하는 부서의 행정 총괄 담당자가 되었다. 상사의 권유로 MBA과정에 도전했으며 AT&T에 입사하여 하드웨어와 시스템 부문 Senior Vice President 위치까지 올랐다. 이 사람이 세계적인 기업 휴렛패커드(HP)의 전 회장인 칼리 피오리나(1954-)다. 피오리나는 이처럼 버섯의 시기를 거쳐 성장할 수 있었다.

직업인은 주어진 일에서 밀리면 좋은 부하 직원도, 좋은 팀원도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 결과물로 계속기업으로 남는 것이 직장이므로 조직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관계나 핵심은 업무에 대한 역량이다. 일은 좋은 관계의 기본이며 바탕이라는 명료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 ​

무협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스승은 제자에게 본격적인 비법을 전수하기 전에 불 때고 밥 하고 물 긷는 허드렛일만 시킨다. 스승은 오직 이 입문의 단계를 묵묵히 성실하게 이겨 낸 제자에게만 비법을 전수한다. 얼핏 보면 비전이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영웅 탄생의 기본 모형이다. 직업인의 경우도 일은 곧 태도라는 깨달음을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

​물론 회사에 입사해 시간이 경과하면서 맡은 일이 복잡해지며, 중요도도 높아지고, 업무량과 책임의 범위도 커진다. 조직 속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맡아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가 온다. 이때가 되면 일에 모든 것을 거는 태도만으로는 안 되며, 일은 곧 경영이라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진전해야만 한다.
​업무를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일의 부가가치의 크기와 나의 기질적 특성의 어울림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나의 기질적 특성에 부합하는 1등급 업무는 가장 공들여서 수행해야 하는 초점 과업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투자처다. 당연히 근무시간이나 개인적 역량개발 시간의 많은 부분은 이런 업무에 집중하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가장 높은 목표를 정해 2~3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학습해야 한다.

재능이 받쳐 주는 분야에서 많은 시간과 역량을 집중 투자하기에 성공 확률도 높으며 회사에서나 동종 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부가가치는 높아 중요하지만 나의 기질적 특성의 어울림과는 잘 맞지 않는 2등급 업무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에 다른 사람이 하는 정도의 평균적 수준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 부가가치는 낮지만 기질적 특성과 잘 맞는 3등급 업무는 업무의 성격상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내 적성과 맞기에 적절한 기회에 사업화할 수 있는 포석이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되며, 꾸준히 연구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은 부가가치도 낮고 나와 기질적으로 잘 맞지도 않는 4등급 업무는 가능하면손을 떼는 것이 좋다. 이 일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으므로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일은 시키지도 그리고 하지도 않도록 관리자와 잘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으로나 조직으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업무를 분류하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경영함으로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본인의 업무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한다. 자신의 일을 경영할 줄 알고 회사의 중요한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조직원과 상사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다. 일을 잘하는 것이 조직에서의 좋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한 경쟁력있는 프로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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