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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14) / 거제도 나들이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4.06 04:46 수정 2022.04.06 04:46

ⓒ 웅상뉴스(웅상신문)
나에게 섬은 늘 그리움이다. 바다 깊숙이 뿌리를 두고 솟은 뭍, 우리도 현대라는 사회 속에서 그렇게 떠 있는 섬으로 사는 까닭에 섬이 더 아련한 그리움으로 오는지 모를 일이다. 섬이 지닌 속성이 그리움인 것이다.

우리 지역 근교의 섬이라면 부산의 가덕도 그리고 가덕도와 이어진 거제도이다. 나는 자주 이 두 섬을 찾는 편이다. 해질녘 가덕도의 카페에 앉아 큰 유리창 너머 바다가 해를 삼키는 동안의 짧은 시간과, 해넘이 후 붉은 바다의 고요함에 젖는 일을 좋아한다. 어둠살이 내리면 등대가 눈을 뜨고 멀리 가덕도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불빛으로 화려해지기 시작하면 그 자리를 일어서곤 한다.

오늘은 가덕도의 해질녘 풍경이 아닌, 거제도 이야기이다. 늙은 나의 애마로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다 보니 거제도는 한 해 대 여섯 번은 찾는다. 동백이 피었다고 찾고 대구 철이라고 입맛 여행을 하고, 수선화가 피었다고 봄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칠천도

거제도 섬 속의 섬 칠천도, 칠천도는 거가대교 해저터널을 지나 첫발을 딛는 곳 ‘장목’의 서쪽에 있는 섬이다. 거제도가 가진 섬 중 제일 면적이 넓은 섬이기도 하다. 칠천도라고 하면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칠천량 해전’이라면 기억이 쉬운 곳이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중 유일하게 우리의 수군이 패배했던 전쟁이 칠천량 해전이다. 조선의 임금 중 무능한 임금이라 불리는 선조가 당쟁에 휘말려 충무공 이순신을 옥에 가두고 후임으로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게 된다. 그때 권율의 작전 아래 원균이 치른 전쟁이 칠천량 해전이었는데 왜군의 공격에 참담하게 패하였다. 그 후 다시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내려왔을 때 전함 판옥선을 비롯한 400여 척의 배 중에 남은 것은 겨우 배 12척이 전부였다. 그 유명한 이순신의 말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그날의 참담함은 역사 속에 잠들고 지금 바라보는 칠천량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해 평화롭기 그지없다. 칠천량 해전의 뼈아픈 역사를 `칠천량 해전공원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칠천도를 찾으면 일주도로 투어는 당연한 일이 된다. 주로 칠천교 다리 끝에서 좌회전을 해 섬을 한 바퀴 둘러 어온 마을을 지나 다시 칠천교로 원점회귀를 한다. 칠천도와 이어진 작은 섬 황덕도, 그림 같은 연도교가 섬과 섬을 잇고 있다. 칠천도의 북쪽 송포를 지나면 아름다운 해안 ‘물안 해변’이 나온다, 칠천도 섬이 가진 해수욕장이다. 계절 여름이 빠져나간 작은 백사장은 지나는 이의 발목을 붙들어 발자국 흔적을 남기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갈 때마다 꼭 그러하니 말이다. 칠천도를 돌아 나오며 옥녀봉을 본다. 10여 년 전 올랐던 봉우리다. 옥녀봉이라 불리는 곳에는 꼭 전설 하나를 품고 있다. 칠천도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이 죄를 짓고 칠천도에 내려와 살았는데 옥황상제가 다시 불러 줄 때를 기다리다 지쳐 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그 산을 옥녀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옥녀가 하늘로 돌아갈 날의 기다림을 거문고를 타며 달래노라면 작은 섬 하나도 씨릉씨릉 장단을 맞추고 용왕도 북을 쳐 장단을 맞췄다고 한다. 칠천량 해전공원 동쪽에 길게 누운 섬이 씨릉섬이고 그 옆 외딴섬이 북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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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뜬 섬마다 비경이 없을까 거제의 칠천도는 다소곳한 아름다움이 있어 정겨운 섬이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거제도를 찾는다면 한 번쯤 둘러보라 추천해 본다. 쓰다 보니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거제도 이야기가 칠천도에서만 머물렀다. 거제도 남은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까 보다.

한 섬의 보채는 아픔이/ 다른 섬의 보채는 아픔에게로 가네// 한 섬의 아픔이 어둠이라면/ 다른 섬의 아픔은 빛/ 어둠과 빛은 보이지 않아서/ 서로 어제는/ 가장 어여쁜/ 꿈이라는 집을 지었네// 지었네/ 공기는 왜 사이에 흐르는가/ 지었네/바다는 왜 사이에 넘치는가/ 우리는 왜/ 이를 수 없는가 없는가// 한 섬이 흘리는 눈물이/ 다른 섬이 흘리는 눈물에게로 가네// 한 섬의 눈물이 불이라면/ 다른 섬의 눈물은 재// 불과 재가 만나서/ 보이지 않게/ 빛나며 어제는 가장 따스한/ 한 바다의 하늘을 꿰메고 있었네.

강은교 [섬] –어떤사랑의 비밀노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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