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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10 / 관동팔경(關東八景)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1.18 06:30 수정 2022.01.18 06:30

강명숙 시인

월송정
울진 백암온천을 1박 2일로 계획했으니 이튿날 아침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일찌감치 숙박지 콘도를 나왔다. 오늘의 일정은 관동팔경 중 울진에 위치한 두 곳을 돌아볼 참이다. 월송정과 망양정이다. 그리고 점심은 죽변항에서 곰치국을 먹기로 했다.

동해를 끼고 달리는 `꿈의 로드` 7번 국도는 또 하나의 큰 이름 가지고 있다. 아시안 하이웨이 AH6번 도로가 지금 현재 달리고 있는 7번 국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아시아 태평양경제 사회위원회`에서 아시아 고속도로프로젝트 사업으로 국경을 초월한 도로를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부산 광복동에서 강릉 원산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모스크바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자동차 도로를 아시안 하이웨이 AH6이라 이름하였다. 

망양정
우리 지역 가까이 접한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표지판에서 `AH6` 이란 표기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도로를 이용하려면 북한지역 도로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북한도 AH 협정 당사국이지만 아직 인프라 구축 미비 등의 사유를 들어 현재는 막혀있는 상태이다.

 이 길을 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전에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는 일이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송정
- 월송정(越松亭)

월송정은 백암온천이 자리한 평해읍에 위치해 있다. 월송정으로 가는 길은 해송과 홍송이 함께 어우러진 소나무 숲길이다. 솔향기에 젖으며 바다로 나가는 길 야트막한 모래 둔덕에 월송정 정자가 서 있다. 월송정의 한자 표기는 기록에 따라 월송정(月松亭 혹은 越松亭)이라 적기도 한다. 한자 표기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인 듯하다. 월송정에 올라 소나무 숲과 해안을 향해 넘실거리며 달려오는 파도를 보고 있자면 그 선경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다. 시인 묵객들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8 월송정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문신 기우자(騎牛子) 이행(李行)이 읊었던 시 한 편을 옮겨본다.

평해 월송정(平海 越松亭)

滄溟白月半浮松 (창명백월 반부송) 동해의 밝은 달이 소나무에 걸려있다
叩角歸來興轉濃 (고각귀래 흥전농) 소를 타고 돌아오니 흥이 더욱 깊구나
吟罷亭中仍醉倒 (음파정중 잉취도) 詩 읊다가 취하여 정자에 누웠더니
丹丘仙侶蒙相逢」(단구선려 몽상봉) 단구의 신선들이 꿈속에서 반기네

나라님들도 월송정의 선경을 시로 남겼다. `정조대왕의 어제 시(御製 詩)`이다.

정자를 둘러싼 송백은 울울창창한데/ 갈라진 나무껍질 세월이 오래로다/ 넓고 넓은 푸른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는데/ 돛단배는 석양에 무수하게 떠 있구나

이어 숙종 임금의 `어제 시(御製 詩)` 한 편도 올려본다.

화랑들이 놀던 자리 어디 가서 찾은 건고/ 일만 그루 푸른 솔이 빽빽하게 숲 일런데/눈앞 가득 흰모래는 백설인 양 방불 코나/ 한 번 올라 바라보매 흥겹기 그지없다

- 망양정(望洋亭)

관동팔경 중 끄트머리 월송정을 나와 망양정(望洋亭)으로 향한다. 월송정이 해안과 접해있다면 망양정은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두어 차례 중수와 이전을 거쳐 지금 현재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한다. 울진의 망양정을 관동의 제일이며 으뜸이라 하여 조선 숙종 임금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을 하사하였다 한다.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은 송강(松江) 정철(鄭澈)도 당연히 망양정을 노래하였다.

망양정은 언덕 위라 오래전엔 산비탈을 걸어 올랐었는데 지금은 연어의 회귀로 잘 알려진 왕피천 하구에 자리한 엑스포공원에서 케이블카로도 오를 수도 있고 `망양정 해맞이공원` 주차장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었다.
겨울바다

망양정 선경까지 보았으니 점심을 먹기 위해 더 거슬러 올라 죽변항으로 간다.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광고처럼 곰치국이 그랬다. 

삼십 년도 더 전 겨울 강원도 여행길에 죽변항에서 곰치국을 맛본 뒤로 그 맛에 반해 해마다 겨울이면 곰치국 생각이 났다. 남녘에서는 귀한 음식이라 지금도 겨울 동해안 여행 때엔 곰치국을 먹으러 죽변항을 찾는다. 묵은김치를 넣어 끓인 곰치국 맛은 먹어봐야 아는 맛이다.

시원한 곰치국까지 챙겨 먹었으니 이번 1박 2일의 여행에서 얻을 것은 다 얻은 셈이다. 코로나로 하여 대온천탕이 우리 일행만의 욕탕이 되었고 관동팔경 중 두 곳의 경관도 즐겼으며, 곰치국까지 먹었으니 돌아오는 길 역시도 즐거웠다. 이 역마의 꿈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강 명 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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