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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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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겨울로 접어든 때, 지나가 버린 계절인 가을의 끝자락을 이야기한다. 우리 지역의 보물 영축총림 통도사 암자 중 하나인 사명암 가을 이야기이다. 정갈한 풍경이 사시사철 아름다워 통도사 여러 암자 중에서도 한 해 몇 번씩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사명암은 사명대사를 흠모하던 이기(爾奇), 신백(信白) 두 스님이 1573년에 창건했다 한다. 그리고 경내 조사당에는 사명대사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사명암(四溟庵) 암자의 이름도 사명대사에 기인하였음이다.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붉게 탄 단풍이 물에 어리니 수홍(水紅)이요, 그 단풍 아래 사람도 익어 붉으니 인홍(人紅)이라, 농익은 가을은 삼홍(三紅)이다. 그 삼홍의 때에 통도사 사명암 홍단풍에 취하러 가는 길, 통도사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만나는 무풍교, 그곳에서부터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이 시작된다.
수백 년 된 소나무의 군무를 보며 오가는 사람들 사이 몇몇 사람이 맨발로 흙길을 걷는다. 오늘은 나도 신발을 벗고 느린 걸음으로 소나무 아래를 걷는다. 부처의 품으로 드는 길을 자박자박 걷다가 보면 청류교를 만나고 그쯤에서 소나무들의 춤은 멈춘다. 그 길에 서서 들이키는 깊은 호흡 한 번에 몸도 마음도 한없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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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암 아래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절엔 육각형 정자 일승대(日昇臺)가 먼저 보인다. 운 좋은 날엔 햇살 맑은 일승대에서 사명암 주지 동원 스님의 대금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사명암 전각 위 허공으로 잔잔히 흩어지는 대금 소리는 귀보다 먼저 가슴을 적시며 들려온다.
사명암의 익은 가을을 만나기 위해 수련 잎이 떠있는 연지를 가로질러 이어진 계단을 밟고 올라 산문 마당을 들어선다. 영각 앞 마당 단풍나무에는 불이 붙어 이글거리고 있다. 붉은 단풍은 와편기와 담장 와담(瓦담)과 어우러져 그 풍취가 더 한다. 단풍은 사찰의 전각 지붕 단아한 기왓골과 어우러지면서 품격을 더해 참으로 금상첨화이다.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신 극락보전에서 오른쪽으로 비껴앉은 무작정(無作停), 몇 해 전 경내에서 만나 뵌 스님께 무작정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작정의 본래 이름은 성심각(誠心閣)이라 하였는데,
오래전 고요한 사명암에 한 고등학생이 찾아와 성심각에 홀로 앉았길래 스님께서 `학생인 것 같은데 어찌 혼자 이곳을 찾았느냐` 하였더니 그 학생이 `무작정 왔습니다.` 하였다 한다. 그 학생의 답에 느끼는 바가 있어 그 후로 성심각을 무작정으로 바꿔 이름하였다고 한다. 마음속에 무엇이든 빚지 말며 아무 걸림도 두지 말라는 가르침일까.
사명암의 만추를 장식하는 것은 영각 앞의 단풍과 무작정 옆 단풍이다. 무작정(無作停)에 올라 연지 위로 팔을 늘어뜨린 채 불타고 있는 단풍나무는 일품이다. 와담 위의 기와지붕과 조화를 이루면 그 아름다움에 빠져 눈이 호사를 한다. 통도사 열 아홉 암자 중 가을이 가장 곱다는 사명암이다.
이미 계절은 지나가 지금은 마른 잎 몇 장 달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을 사명암 단풍나무, 내년 가을이 익으면 나는 여전히 가슴 설레며 달려갈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사랑을 꿈꾸며.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안도현 [단풍나무 한 그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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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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