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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실을 바라본다 / 우리동네 아파트 사람들

최철근 기자 입력 2021.11.14 08:24 수정 2021.11.14 08:24

일부 주민들 불확실한 시대에 눈만 뜨면 원리금 상환이라는 굴레 안에서
강박관념안고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고달픈 삶의 연속

ⓒ 웅상뉴스(웅상신문)
웅상에는 새진흥 아파트나 경보 아파트 같은 고만고만한, 시세와 연도가 비슷한 아파트가 제법 많은 편이다. 이런 아파트는 2~30여 년 전에 지은 아파트로 좀 낡았지만 살아가는 데는 전혀 불편이 없다. 이들 아파트는 주로 웅상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설 때쯤 지은 아파트들이라 리모델링만 하면 주변면적이 넓고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집으로, 오히려 빽빽하게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의 숨 막히면서 느끼는 협소증 같은 것이 없다.

인근의 정관에는 신흥 주택도시가 형성된 지 불과 10여 년 전이다. 한때 앞다투어 고층 이상 신규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부동산업에 따르면 정관에는 대체로 당시 신규아파트 가격이 3~4여억 원이고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입주했다. 최근 모 일간지에 난 정관에 있는 상가의 점포들이 문을 닫는 곳이 부쩍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 지역 실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는 대형 마트가 불과 한 개이고 규모 또한 작다.

아파트 구매를 할 때 장기대출 시 대체로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최근 대출 금리가 점차 오르는 가운데 신규아파트를 과다 대출로 무리하게 구매했었다면 실상 가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짐작건대 정관 사람들은 대체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는 점차 악순환된다.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대출금을 장기적으로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야 하는 그들로서는 하루가 힘겨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신규아파트 열풍이 불고 지방에서도 6억 이상 호가하는 아파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문을 통해 집계해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몇억씩(원리금)은 깔고 사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직장인의 경우 세공제하고 연봉 8천만 원에 고액연봉이라고 해도 3분의 1이 아파트 대출금으로 들어간다고 친다면 실제 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은 2~3백만 원이다. 요즘 같은 물가에 아이 두 명 키우는 것도 빠듯하다. 그 이하의 수입으로는 거의 피폐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족과 외식도 한 번 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들에게 이전처럼 아파트 시세가 또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지옥이다. 떨어지는 아파트 부금을 갚는다는 것은 빚을 쌓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상가들이 코로나가 주원인이지만 두 번째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을 닫는 것인지 모르겠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산다는 체면을 위해 날로 피폐한 생활을 한다면 그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연속이다. 일부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난 동창을 길에서 만났을 때 제일 먼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 학군은? 하고 물어본다고 한다. 체면 하나 때문에 수십년간 쪼들리고 피폐하다면 불행한 삶을 사는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새진흥 아파트에는 몇 개의 단지가 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주차장에 좀 좋아 보이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그들은 부동자산의 비중보다 유동자산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상가들이 즐비하다. 그러면서 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도 “소비는 미덕이다”라는 것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웅상지역의 이들 아파트 가격은 24평 기준 리모델링해도 대체로 1억 원 미만이다. 현 시세는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정도이다. 잘 찾으면 5,000만 원도 있다. 절반을 대출받았다고 해도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없다. 깔고 앉은 대출금 때문에 30년간 대출금 갚으며 불행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상상컨대 그 정도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식으로 편하게 여유롭게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같은 인생을 사는 데 대출금 2~3억씩 깔고 사는 사람들하고는, 조금은 불편한지는 몰라도 그들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눈만 뜨면 원리금 상환이라는 굴레 안에서 강박관념을 안고 살면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고달픔은 어쩌면 불행한 삶이다. 우리나라 정책이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아파트 건설을 주장했고 금리를 낮추면서까지 아파트 공급을 늘렸다. 너도나도 무리한 대출을 내어 앞다투어 신규아파트를 샀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지갑이 메말라가고 있는데 무슨 실경기가 좋아지겠는가. 개발 위주의 정책, 거기에 가담된 몇 무리만 배를 불리는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국민은 피폐한 삶으로 빠져들고 경제는 메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진흥 사람들은 그나마 지갑은 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다지 크게 낼 게 없잖아”하고 외친다. 그들을 보면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 “평범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 들을 쳐다보는 내가 오히려 마음 편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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