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한국궁중꽃박물관의 역사 속 궁중채화 만나러 가는 것은 어떨까.
2019년 9월 개관한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5월에 문을 연 한국궁중꽃박물관은 2013년 1월 14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로 지정된 궁중채화 제1호 기능보유자인 황수로 박사가 사재 150억원을 출연하고 부지를 제공해 건립했다.
또한 황 박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왕조 궁중문화 말살 정책으로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궁중채화를 지난 50여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채화도', '청장관전서'의 '윤회매십전' 등의 고문헌들을 연구해 200여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 제작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궁중 꽃 전문 박물관인 한국궁중박물관. 이곳에서 조선왕조 500년 동안 나라의 큰 잔치가 있을 때 궁궐을 장식했던 화려한 궁중채화(비단이나 모시 등으로 만든 꽃)를 감상하고 체험까지 할 수 있다. 현재는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시 '꽃, 민화를 만나다'를 전시하고 있다. 민화에 등장하는 꽃을 궁중채화 실물로 재현한 특별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한국궁중꽃박물관은 전통궁궐 건축 양식으로 '수로재'와 '비해당'으로 지어졌다. 조선왕조 궁중채화 작품들과 문헌, 제작 도구를 비롯해 이와 관련된 박물관 소장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이 조화로운 '수로재'
수로재는 팔각 지붕의 양쪽 누각을 지닌 한옥으로 10여년간의 긴 건축 과정을 거쳐 완공된 조선왕조 전통 양식의 건축물이다. '수로'는 황수로 박사의 아호이기도 하다. 수로재는 1층과 2층으로 구분된다. 2층은 고종 정해진찬의를 재현한 제1전시실로 꾸며졌다. 고종 24년인 1887년 1월 대왕대비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하는 궁중 대 향연을 표현한 곳이다. 1층의 제2전시실(납매실)에서는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수록돼 있는 윤회매십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윤회매를 관람할 수 있다. 윤회매는 벌집 밀랍을 녹여 꽃잎을 만들고 꽃술은 노루꼬리털에 송화 가루를 묻혀 만든 가화다. 납매실의 영상과 윤회매는 홀로 지팡이를 짚고 눈길에 매화를 찾아 떠난다는 방랑시인 김시습의 탐매시를 배경으로 창작됐다. 이곳에서는 궁중채화를 직접 체험하고 교육도 할 수 있다. 제3전시실(서화실)에서는 아름다운 금강사위색보살도를 중심으로 조선후기 서화류와 신라·고려·조선시대의 기명들을 전시하고 있다. 조선 여인들의 한과 삶이 담겨 있는 길쌈 풍경인 베짜기, 다듬이질 풍경을 각종 채화 도구들로 전시해 놓은 제4전시실(길쌈실)도 있다.
수로재 1층에는 차 한잔을 하며 휴식할 수 있는 '카페&아트샵'도 마련돼 있다. 카페&아트샵에서는 관람객들이 기념으로 구매해 갈 수 있는 박물관 전시물과 궁중채화 작품들도 준비돼 있다.
전시실을 다 둘러본 뒤 야외로 나오면, 깊은 산골 매곡리의 맑은 공기 속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를 들으며 힐링할 수 있는 '폭포 정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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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매곡동 한국궁중꽃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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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효황후 내실 재현한 전시실과 특별전시실로 꾸며진 '비해당'
비해당은 조선왕조 4대 왕인 세종대왕이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에게 직접 내린 당호라고 알려져있다. '비해'라는 말은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어 두 사람을 섬긴다'는 뜻으로, 부모와 임금을 잘 섬기며 열심히 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왕조 궁중채화의 전승과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비해당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비해당은 총 3개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제1전시실은 조선 제27대 왕 대한제국 최후의 황제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의 부산 해운대 장지마을 내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순정효황후는 6·25 전란을 겪으며 고종의 문신이자 백부인 윤덕형의 묘소가 있는 장지마을에서 3년간 피접 생활을 한 바 있다. 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은 특별기획전시실로, 궁중채화와 궁중문화에 관련된 기획 전시들이 이뤄진다. 현재는 개관 1주년 특별전 '꽃, 민화를 만나다'를 열고 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1주년 특별전 '꽃, 민화를 만나다'는 수로재 제3전시실과 제4전시실, 비해당 특별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 작품들과 함께 그 안에 등장하는 꽃들을 화려하고 장엄한 궁중채화로 직접 재현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민화 전시를 선보인다. 꽃과 새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정경으로 민화 중에서 가장 많은 소재로 사용됐던 '화조도'와 선비들이 애용하던 책과 문방사우를 중심으로 방안의 기물들을 그린 '책가도', 문자와 그림을 함께 그린 '문자도' 등 조선시대 민화 병풍 및 그림 13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1주년 특별전을 비롯한 상설 전시들은 한국궁중꽃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 후 관람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관람 인원이 제한될 수 있으며,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후 입장 할 수 있다.
한국궁중꽃박물관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오전 10시, 11시 20분, 오후 1시30분, 2시40분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전 10시, 11시20분, 오후 1시30분, 2시40분, 3시50분이다. 각 타임마다 큐레이터의 전시 해설이 곁들여진다.
관람 요금은 성인 1만원, 어린이·청소년(18세 이하) 5천원이다. 5인 이상 단체 관람 시에는 성인과 어린이·청소년 각각 7천원과 3천500원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 5세 이하 유아나 국가보훈, 장애인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에는 카페&아트샵 음료 무료 이용권도 포함이다. 정문 맞은편에 주차장이 가까이 있으며, 관람 시 2시간 무료다.
한국궁중꽃박물관은 매곡외산로 232에 위치해 있으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