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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5 / 아라가야 나들이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9.24 09:07 수정 2021.09.24 09:07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른 가을비 가랑가랑 내리는 날 지나간 여름날의 한때를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를 계속하고 인간의 일상은 나약하게도 시나브로 허물어져 경계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사면초가의 날들 중 하루였다. 연일 열기가 한반도를 달구고 마스크에 갇힌 호흡은 숨 막힐 것 같은 날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함안 나들이를 했다. 함안은 지리적으로 그다지 먼 곳도 아니다. 그리고 육가야의 하나인 아라가야의 고도라 은근히 매력 있는 곳이다. 

꼭 그래서만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함안에는 두루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함안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조선시대의 정자 무진정(無盡亭)이다. 무진정 누각 아래 이수정(二藪亭) 연못에서는 해마다 4월 초파일이면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가 펼쳐지는데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감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배롱나무 핀 풍경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동산정이 있고, 무기연당이 있고 가을이면 호수와 어우러진 단풍이 절경인 입곡군립공원이 있다. 언젠가는 이곳들의 이야기도 풀어 놓을 때가 오리라 한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오월의 함안/악양 둑방

오월이면 남강 변 함안 악양 둑방은 천지가 꽃밭 꽃길이다. ‘악양’ 이란 지명을 들으면 흔히들 하동 악양을 이야기한다. 가까이 함안에도 같은 지명을 가진 아름다운 ‘악양’이 있다. 꽃길을 거닐다 꽃길과 이어진 둑방 길 따라 다리를 건너면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애달픈 사연을 안고 서있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조성 된 데크 길을 조금 더 걸으면 조선 철종 때 지었다는 ‘악양루’가 있다. 남강이 흐르는 절벽 끝에 자리한 누각에 앉아 건너편 꽃 천지 악양 둑방과 유유히 흐르는 남강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함안 들판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누각을 앉히고 글을 짓거나 노래하던 옛 사람들의 풍류와 정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 칠월의 함안/아라홍연

앞에서는 오월의 함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칠월의 함안 이야기 연꽃 나들이다. 함안 성산산성 발굴 때 700여 년 전 고려 시대의 연꽃의 연자(蓮子) 15개가 수습되었는데, 그 연자를 발아시켜 이듬해 긴 세월의 잠에서 깨어난 첫 꽃을 얻게 되었다. 

그 후 함안군에서 증식을 시켜 함안의 옛 나라 아라가야의 이름을 붙여 ‘아라홍연’이라는 연꽃이 되었다. 몇 해 전 아라홍연을 처음 만난 날 700여 년 먼 세월 너머에서 현재로 와 핀 연꽃을 보며 그 생명력에 경외와 더불어 고려시대의 꽃을 본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개량된 요즘 연들과는 사뭇 다른 청초한 모습은 오래된 사찰의 탱화 속에서 본 연꽃과 꼭 닮아 있었다.

 함안에는 연꽃테마공원도 잘 조성 되어 있어 아라홍연 외에도 수련 가람백련 법수홍련 어리연 남개연 가시연꽃까지 여러 종류의 연꽃들을 만나 볼 수 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함을 지키며 아름답게 꽃 피우는 사람을 연꽃 같은 사람이라 한다. 연꽃을 꽃 중의 군자라 일컫는 이유이다.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 정호승 [연꽃 구경] 전문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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