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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문화산책 / 길을 떠나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7.09 11:13 수정 2021.07.09 11:13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가까이 지내는 지인 몇이 생각을 같이 해 여행 목적으로 몇 해 전부터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적립해두었던 돈을 헐었다. 그리고 2박 3일의 여행을 실행했다.

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아 몸살기와 계속되는 졸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여행 일정 중 숙박 예약은 이미 한 달 전에 해두었던 터라 일정대로 7월 2일 여행길에 올랐다.

일행 모두가 1차 접종은 마쳤고 한 지인은 2차 접종까지 마쳤으니 가벼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7월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해제되었으니 여행 중 다섯 사람이 식당 이용도 한결 쉽게 되었다.

여행지는 구례를 거쳐 지리산을 넘어 남원, 변산반도, 새만금 그리고 장태산 휴양림, 충북 영동 노근리 역사공원과 황간역 문화탐방, 게다가 영동은 포도 재배지이니 와이너리 탐방까지 짜 넣은 여행 일정이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구례 운조루(雲鳥樓)

`구름 속에 새처럼 숨은 집`이던가 `구름 속을 날던 새도 돌아오는 집`이던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 [구름(雲)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새(鳥)들은 날기에 지쳐 둥지로 돌아오네]에서 당호를 가져왔다 한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운조루는 남한 3대 길지 중 하나라는 금환락지(金環落地- 천상의 선녀가 내려왔다 하늘로 다시 오르다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곳) 터에 자리한 고택이다. `운조루`는 고택의 큰 사랑채 누정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일흔 칸 정도의 집이지만, 본래 아흔아홉 칸이었다는 고택을 둘러보며 왠지 보존 관리에 소홀한 듯해 아쉽기도 하였다. 댓돌을 대신한 나무 디딤돌을 밟아 큰사랑채로 오르는 마루가 나이 들어 마룻장 사이 틈새를 만들었다. 그 틈새를 나무토막으로 박아두어 보기에 안타까웠다. 일행은 운조루 누각 우물마루에 차상에 앉아 한 모금 차를 나누는 시간 동안 고택이 선물하는 호사를 한껏 누렸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이어지는 곳에 나무속을 파내어 만든 큰 쌀독이 있었는데 그 쌀독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타인도 열게 하여 주위에 굶주린 사람이 없게 하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이 뒤주는 흉년이 들어 가난한 이들이 굶주릴 때 누구라도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해 대문 밖에 두었던 것이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조루 주인의 겸애 정신을 말해주는 쌀독이다. 운조루에는 다른 고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피면 마루 밑돌 기단 사이 마치 배수로인 듯한 모양의 구멍이 보인다. 운조루의 굴뚝이다. 밥 짓는 연기가 높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라 한다.
가난이 대물림 되던 그 시절이나 코로나로 힘든 지금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 필요한 것은 배려이다. 그것이 상생의 삶이 되는 것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다음 여행지 지리산을 향해 발걸음 재촉하며 나선 운조루 솟을대문 앞 ‘하늘과 땅의 정신’을 품은 전통연못 방지원도(方地圓島)에 수련이 고요히 피어있다.

雨洗山嵐盡(우세산남진)/ 비가 산 아지랑이를 씻으니
尖峯畵裡看(첨봉화리간)/ 뾰족한 봉우리 그림에서 본 듯하네
歸雲低薄暮(귀운저박모)/저녁에 돌아가는 구름 낮게 깔리자
意態自閑閑(의태자한한)/ 그 정취와 모습 절로 한가롭네.

[無題] 남명 조식 선생의 시조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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