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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인터뷰/ 우동진 도자작가 `장인 정신을 회복하고 작가의 자존심을 가져야!`

김경희 기자 입력 2021.05.30 18:06 수정 2021.05.30 18:06

미래에 대해서 새로운 창조는 기술적 베이스에서 출발
예술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도자 그릇 포기하기엔 이르다.

우동진 도자작가
비가 내리는 날, 우동진 도자작가를 만났다. 웅상 ‘매곡요’의 그는 ‘빵드마망’이란 카페를 하면서 별관에다 ‘자명갤러리’도 운영하고 있었다. 오솔길을 한참 지나자 나타난 카페는 거의 산의 끄트머리에 있었고 도시와 동떨어진 세계처럼 평화롭고 고요했다.

“우리나라 예술 문화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보여주기식의 단타를 치는 데 있다. 그렇게 해서는 세계적인 예술 기술로 들어갈 수 없다.”

우 작가는 우리 작가한테 매우 결핍된 것은 장인 정신을 잊어버린 데 잊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자기만의 아집은 예술의 자존심이 아니다. 보편타당하면서 전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예술이 돼야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우 작가는 약 10년 전, 기장군과 함께 도예 예술촌을 만들어 젊은이들의 기술력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운 경험을 늘어놓으면서 예술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것이 기술적인 부분이라면서 지금의 작가들은 생활을 위해 직업을 바꿔야 할지 작가 생활을 해야 할지의 위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우동진 작가는


매곡리에 있는 매곡요에서 ‘다완’과 ‘다기’를 빚어내는 사기장이자 도자 작가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스물여섯 살 무렵 아주 우연한 기회에 도자기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타일이나 전기애자를 생산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산업 도자에 관심을 가졌다. 알고 보니 그 분야에는 기술과 자본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서 생각을 접고 생활도자기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먹고 사는 생활수단으로 생활도자기에 힘을 쏟으면서 한편 우리 고유의 그릇 공부에 천착했고 다완에 흠뻑 빠졌다.

그는 경북 문경의 ‘문경요’에 입문해 도예명장 ‘도천 천한봉’선생에게 사사하면서 부단히 공부했다. 부산대 대학원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이유도 도자기를 구성하는 게 흙이라면서 지질학이 기술적 베이스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디자인은 어느 정도 하면 일정한 수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도자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야 한다. 도자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다. 자신만의 기술적 관점을 확보해야 할 때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

그는 198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흙에 대한 공부하면서 <경상남도 지역토에 대한 작용연구>,<매화피유약의 변화에 대한 작품연구>,<유적유에 관한 작품연구>,<유금현상이 없는 청자유에 관한 작품연구>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전시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3년 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시킨 백자다완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도자기의 전망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은 도자 그릇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요리해 먹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도자기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기하기엔 이르다.

- 도자 공부를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떻게 과거를 만들어갈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장인 정신이 파괴되어 있다. 장인 정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쉽게 말해서 선비 정신이 있었듯이 작가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자리에 놓여 있다고 해도 그것은 바로 작품이 된다.

빵을 굽는 사람이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 나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장인 정신이 가지고 있다면 부단히 노력한다.

무엇보다 장인 정신 회복이 필요하다. 어떤 자리에 있든 자존심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나로서 남을 때 고흐가 될 수 있고 모네가 될 수 있다. 그것들이 과거가 된다. 미래의 사람들이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문화의 혜택이 된다.

자명갤러리 2층 우동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
- 어떻게 과거를 만들어갈까요?

첫째, 미래에 대해서 새로운 창조는 모든 것이 기술적 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력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술력이 없이는 새로운 창조가 없다. 부단히 노력하고 시도해야 한다.

둘째, 뭐든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것을 궁금해하고 알려고 하는 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요즘은 하나만 전공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 보통 전공은 2개 3개 한다. 하다 보면 자기가 더 가고자 하는 방향이 보인다. 요즘대학은 복수전공한다.

셋째, 우리가 가고자 하는 것은 오백 년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도자가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훌륭한 비평가들이 있다고 해도 고흐를 못 잡아냈다. 예술이라는 것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도자기 연구소가 전국적으로 하나도 없다. 도예촌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이천, 강진 양산 진해, 김해 등등.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다. 그것은 방향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리더가 키를 잘 잡아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자리든 어떤 위치이든 간에 흔들림 없는 장인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해야만 다른 사람도 혜택 본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해 줘야만 나도 혜택을 본다. 속고 속이는 그런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나도 굴곡이 있고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미를 볼 때 그렇게 생각해서 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명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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