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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악산 아래 위양지의 봄은 유명하다. 위양못 가운데 안동 권씨 문중의 정자 `완재정(宛在亭) 이팝나무로 인해서다. 이팝나무 꽃이야 이 시기 즈음에는 어디든 피어난다. 더구나 이팝나무가 시목(市木)인 양산에서는 더 쉽게 만나는 나무이다.
그럼에도 밀양 위양지로 이팝나무를 만나러 가는 것은 완재정 마당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령 오백여 년이 된 아름드리 이팝나무 꽃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위양지 이팝나무 꽃은 완재정 토석담장 위로 뻗은 나뭇가지마다 마치 소복이 눈을 얹어 놓은 듯한 모습이 그대로 위양못에 투영되어 그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필자는 이팝나무 꽃을 찾아 천연기념물 234호로 지정된 상북면 신전리 양산 시목을 비롯해 김해 주촌면 천곡리의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그리고 김해 한림면 신천리 수령 650여 년이 된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꽃 나들이를 했다. 오래전 김해 신천리 이팝나무 곁에는 작은 계곡이 흘러내리고 쪽박 우물도 있어 운치가 더 했는데 지금은 계곡을 철망으로 덮어 아쉽게도 쪽박 우물마저 없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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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오일, 위양지의 이팝꽃이 만개할 시기다. 아침 일찍 채비를 하여 얼마 전 일부 구간 개통된 울산 밀양간의 고속도로를 이용해 위양지로 향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위양지 들목에서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이르게 움직였기에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주변 마을 안길에다 겨우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위양지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명지바람이 지나는 위양지 주변 청보리는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다. 오월의 싱그러움에 온몸을 적시며 행복감에 젖는다. 밀양 위양못은 이팝나무 꽃 필 때가 아니어도 좋다. 둑 둘레 왕버들 나무 숲길이 있어 산책하기 그만인 곳이다. 거기다 화악산과 완재정의 풍경을 담은 위양 못의 반영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만족을 주는 곳이다.
지난해 위양지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할머니 한 분이 보행기에 걸음을 의지하고 걷다가 우리 일행에게 `이팝꽃이 어던기 이팝꽃이고?` 하고 물으셨다. 차림새로 보아 외지에서 오신 분 같지 않았지만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아랫마을 사람` 이라신다. 가까운 마을 분이 해마다 북새통이 되는 위양지 이팝꽃을 모르다니 의아했다.
`이 나이 되도록 땅만 보고 살았데이. 농사로 묵고 살기 바쁜데 나뭇가지 위에 꽃 핀 거 볼 새가 있나. 하도 이팝 꽃이라 말로 해서 나도 와 본기라.` 아흔이 다 되신 그 어른의 말이 쉽게 잊히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다. 그 어른의 논밭에 물을 대던 위양못이 오늘 도시인들이 찾아 들어 한때를 즐기는 자연이 되었고, 구십 평생을 살고도 이제야 굽은 허리 겨우 펴 가지 위에 핀 꽃이 이팝꽃이라 알게 되는 모순에 가슴 시렸다. 배고픈 보릿고개 때 이밥이 되어 핀 꽃, 배부른 오늘은 위양못 위에 피어 즐기는 꽃이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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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의 사진을 담고 돌아오는 길 왕버들 꽃가루는 눈처럼 내리고 환한 대낮인데 화악산 숲에서 소쩍새가 운다. `솥적다 솥적다`.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 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김현승 `5월의 그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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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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