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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문화산책 / 수선화 핀 이기대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4.01 06:04 수정 2021.04.02 06:04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사랑은 그대가 내게로 오는 것이 아니다. 내 모든 것이 그대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수없는 그대는 내 곁을 맴돌아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찾지 못한다.

정호승 시인이 말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며 종소리도 외로워서 멀리 울려 퍼지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그랬다. 고대 그 아득한 세월 너머 신들의 세상에서 나르키소스는 늘 외로웠다. 네메시스의 저주로 스스로를 사랑하며 지독한 외로움을 씻어야 했다. 물에 비친 사랑을 만난 날 비로소 고독에서 벗어났다. 사랑은 꽃으로 노랗게 환생하였다.

수선화를 이야기하면 거제도 공곶이가 많이 알려졌고 또한 개체 수 또한 가장 많다. 연로한 두 부부가 일궈낸 수선화 동산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공곶이는 쉽게 마음 내어 가기에는 녹록하지 않은 길이다. 우리 가까이 봄 바다와 함께 봄날의 수선화 향취를 찾아간다면 오륙도 앞 이기대 공원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들머리에 이때쯤이면 노란 수선화 꽃무리를 만날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마치 오륙도가 수선화 꽃 위로 떠있는 듯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수선화 꽃밭에 서서 바라보는 망망대해의 수평선은 마치 4B 연필로 그어 놓은 듯 선명한데 오늘은 황사 영향으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지워졌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수선화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가 있다. 추사 김정희가 가장 사랑한 꽃이 수선화라 한다. 유배지 제주에서 수선화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데 그 사랑의 이유가 아프다. 제주에서 수선화를 말의 먹이로 주는 것을 보고 세도정치의 틈바구니에서 밀려 유배까지 이르게 된 자신의 모습 같다 하여 수선화를 아끼게 되었단다.

이기대는 수선화가 아니어도 사랑받는 곳이다. 부산의 상징 오륙도가 잡힐 듯 지척에 있고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스카이 워크가 있다. 그리고 절경인 해안 산책로가 있어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에 휴식을 안겨준다. 이때쯤의 이기대는 절정이다. 해안 드라이브 길에는 동백이 붉고 노란 개나리며 길섶을 따라 피는 벚꽃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이기대 백운포의 이름난 횟집에서 물회 한 그릇으로 코로나로 지친 입맛을 달래도 좋을 일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용호동 섭자리 쪽으로 돌아 나오다 보면 백련사 표지를 만난다. 경사가 급한 그 길을 올라 벼랑 위에 자리한 백련사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진정 일품이다. 다이아몬드 브릿지 광안대교와 마천루 마린시티 아파트 군락이 멋지게 눈에 와 담긴다. 이 봄날에 한 번 쯤 이기대의 수선화와 해안산책로 그리고 오륙도를 찾아가는 나들이 괜찮지 않을까. 코로나 일상 스트레스에서 잠시 해방감을 맛보면서 말이다.

바다엔/ 어둠이 내리고/ 빗장이 걸렸다// 등대는/어스름 때부터/깜빡깜빡 졸기 시작했고/ 물새는 안식 속으로/깊숙이 날개를 숨겼다// 밤 깊도록/ 돌아오지 못한 섬 하나// 부석으로 떠/ 바다를 베어 문 뭍//누웠다가 일어서는 모습을/애타게 바라다보았다// 몸을 뉘어 다섯이었다가/일어서면 여섯이 되고/다시 다섯으로 누어도/ 여전히 여섯인 섬을 꿈꾸며.(졸시 오륙도)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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