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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일 아침 8시 40분, 데친 역에서 U28번 기차를 타고 작센주의 마이센으로 향한다. 창밖에는 엘베강이 뒤로 흘러가고 간간이 집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9시 14분 바드샨다우에서 마이센으로 기차로 갈아타고 10시 35분 마이센에 도착한다.
독일 동부 작센주의 마이센, 인구 약 29000여 명이 거주하는 도시는 조용하다. 일요일이라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게 문도 굳게 닫혀 있다. 자기공방박물관으로 걸어가면서 창문으로 가게 안을 기웃거린다. 어두운 빛이 고여 있는 가게엔 골동품이 많이 보인다. 1708년 유럽 최초의 도자기를 만든 도시답게 거리는 그런 상점이 많고 마이센 도자기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의 교차 쌍검 로고가 그려진 깃발도 보인다.
유럽 최초의 도자기를 만든 마이센, 300년 전 중국의 천년 도자기에 도전한 마이센은 이제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기업 ‘마이센’으로 성장했다. 마이센이 최초로 1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빚어낸 자기는 이후 세계 도자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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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만이 제작할 수 있었던 명품 자기를 만든 마이센은 자기 제작 기밀 유지에 애썼지만 기술력은 오스트리아, 영국, 덴마크 등으로 넘어가 유럽 각 지역에 자기가마가 생긴다. 이후 일취월장한 유럽의 도자기는 종주국인 중국을 넘어 백화점 명품 판매대와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경매시장을 장악한다.
이렇게 마이센이 성공한 것은 8년간 마이센 성의 실험실에 감금되어 실험한 도공 뵈트거 덕분이다. 그 이전 당시 금보다 더 비싸게 거래한 중국의 백색 자기 기술을 얻고자 했던 폴란드와 독일 작센 공국의 군주를 겸했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의 욕망도 한몫을 차지한다.
바로크 전성기 당시 유럽 귀족들은 백색 금을 만드는 기술을 획득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했다. 독일 작센 지역의 제후 아우구스투스 2세 또한 일본의 자기 수집에 열광했고 백색 자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연금술사와 과학자를 동원해 실험했다.
이 임무를 맡게 된 화학자인 티룬하우젠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이에 아우구스트 2세는 뵈트거를 투입한다. 프로이센 출신 뵈트거는 일찍이 연금술사로 소문이 자자했고 익히 그 소문을 듣고 있던 아우구스트 2세는 뵈트거에게 티룬하우젠과 함께 자기를 개발할 것을 명령한다.
실험실에 감금된 뵈트거는 8년 만에 1709년 마침내 경질자기의 핵심 소재인 카올린을 발견하여 흰 태토로 된 자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1710년에 드레스덴 근처의 마이센성에 ‘왕립 작센 자기소’가 설립되고 뵈트거의 비법으로 자기가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초기 뵈트거의 자기는 중국의 쉬엔싱 가마에서 만든 것과 유사한 붉은 스톤웨어(강도가 높은 도기와 자기의 중간 단계)다.
1720년 마이센은 뵈트거의 후임으로 해롤드를 영입한다. 그는 중국풍, 일명 ‘시누아즈리’ 패턴과 전쟁의 한 장면, 또는 귀족들이 즐기던 연극 ‘코미디아 델 아르테’의 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자주색, 빨강색과 더불어 핑크 러스터를 주요 색상으로 꽃문양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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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초로 자기를 빚어낸 마이센은 유럽 최초로 디너 세트도 만든다. 마이센이 새롭게 시도한 독일 꽃문양과 같은 새로운 패턴의 식기는 자국 자기의 유행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츠빙거에서 벌어지는 초청 만찬에서 사용되었다. 참석자들의 새로운 패턴에 대한 찬사는 자국 자기의 유행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조각가 출신인 캔들러는 1731년 미니어처 같은 작은 자기인형들을 만들고 귀족들의 취향을 겨냥한다.
헝가리의 헤렌드,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도자기인 독일의 마이센, 유럽 최초의 도자기이자 앤티크 그릇의 시초인 마이센, 마이센 자기공장박물관의 도자기들은 하나같이 예술작품이다. 도자기로 만든 여성도 예술이고 다양한 문양과 색상의 도자기 작품은 기대 이상이다.
전시된 작품들을 눈으로 훑으면서 마이센 학교를 다닌 숙련공들이 도자기를 제작하는 과정을 본다. 도자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시범을 보이는 숙련공, 그들은 판형을 이용해서 그릇을 빚는 과정과 일일이 섬세하게 조각을 만드는 과정, 접시에 문양을 그리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은 다채롭고 현대적인 것도 꽤 많다. 특히 도자기로 만든 파이프오르간은 경이롭다. 1층 아울렛에서 컵이나 뭐 하나 살까 하고 기웃거리지만 비싼 가격에 곧 포기한다. 할인해도 컵 하나 가격이 10만원 대. 행여 깨뜨릴까 봐 조심조심 보기만 하고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지금도 마이센은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지역과의 상생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제작소, 박물관, 연구소 등이 모두 마이센에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8년간 감금되어 실험을 한 뵈트거, 해롤드와 캔들러를 떠올린다. 300년 동안 마이센을 명품으로 만들어온 그들의 열정을 떠올린다. 숨겨진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그 시간이 담담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엘베강처럼.
그때 마이센에서 본 그릇과 컵, 인형, 그림은 그야말로 예술이었고 대단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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