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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주 칼럼

‘검은 얼굴(厚黑), 검은 화살(黑箭)’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11.05 09:44 수정 2021.11.05 09:44

원암 장 영 주
사)국학원 상임고문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얼굴 두껍고, 속 검기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은 정치모리배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결코 사과하지도 않는다! 어느새 후흑학(厚黑學)을 익혀 이토록 철면피가 되었는가! 청(淸)의 망국을 지켜본 ‘리쭝우’의 면후심흑(面厚心黑, 1912) 처세론에 의하면 지도층이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나라는 망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채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도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대한민국의 지도층의 안하무인의 배임과 독직의 부패가 극에 달했다. 끝없는 거짓말 공화국에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마치 건널 수 없는 거름통에 빠진 형국이다. 결코 꿈이 아니라 눈을 뜨면 매일, 매시간 펼쳐지는 현실이다. 정권을 되찾겠다는 쪽도 내편, 네 편에 없이 독설을 쏘아대니 하나같이 모질고 음흉한 검은 화살이다. 우리겨레의 더없이 지혜로운 가르침인 ‘참전계경의 ’제218사 흑전(黑箭 검은 화살)’편을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꺼내든다.

”흑전이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활로 쏘는 것이니, 지혜로써 활을 쏘는 것은 여럿이 함께 하며, 나쁜 꾀로 활을 쏘는 것은 반드시 혼자 한다. 차라리 지혜로 할지언정 나쁜 꾀로 이루려 해서는 안 된다. 사냥을 하는 중에도 잠자는 짐승을 죽이지 않는 것은 어진 마음의 발로이다.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사람의 도가 폄하되고, 사람의 도가 폄하되면, 재앙만이 높아질 뿐이다.” (黑箭者 暗地射人也 智箭 惑兼人 謨箭 必由己 寧可智 不可謨 獵不殺宿 仁也 人而不仁 貶人道 貶人道者 其禍仰賁)

공직자는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국체와 국민만을 섬기겠다는 ‘충성(忠誠)서약’을 한 사람이다. 고귀한 가치를 마음 한 가운데에 모시는 마음이 충(忠)며, 그 마음의 서약을 끝까지 이루는 것이 성(誠)다. ‘불멸의 충성’을 끝까지 지키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모두 알다시피 일생이 고단하셨다. 셋째 아들이 전사 한 날의 심정은 공직자뿐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 느끼고 간직해야 할 공직자이자 한 아버지의 마음이 서려 있다. 1597년 9월 16일, ‘실로 천행’으로 울돌목의 격량을 헤치고 왜군을 물리치시니 조선은 그 구차한 목숨을 이을 수 있었다. 이로부터 한 달 후, 장군에게는 또 다시 불행이 엄습해온다. 10월 14일 새벽 두시 경, 가장 자신을 많이 닮았다면서 사랑하던 셋째 아들 ‘면(葂)’의 꿈을 꾸신다. 그날 오후 늦게 ‘면’이 사망했다는 통보가 온다. 그날의 '난중일기'이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시는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늙은)내가 죽고 (젊은)네가 사는 것이 이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에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은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같이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건 만은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 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마음은 죽고 형상만이 남아있어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나기가 일 년 같구나!"

이후 장군은 급격히 쇠약해지신다. 5일 뒤의 난중일기이다.
"어두울 무렵이 되어 코피를 한 되 남짓이나 흘렸다. 밤에 앉아 생각하고 눈물짓곤 하였다. 어찌 다 말하랴! 이제는 영령이라 한들 불효가 여기까지 이를 줄을 어찌 알았으랴. 비통한 마음 가슴이 찢어지는듯하여 가눌 길이 없구나."

장군은 봄에는 어머니를 잃고, 가을에는 자식을 앞세워 보내신다. 당신의 몸도 쇠약해지고 있으나 추호도 왜적을 놓치지 않으시다가 다음해 노량에서 순국하신다. 갓 스물의 막내아들 ‘면’을 잃은 그날의 난중일기는 우리나라의 어떤 공직자도 다만 가슴의 가운데 자리에 모셔야 할 일이다.

나라의 지도자 되려는 사람들이 어느 누구도 불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상황도 피해가지 말고 나라와 국민만을 중심에 두고 바르게 가야 할 일이다. 아니라면 고관대작이 되어 권력과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움켜쥐려는 꿈을 부디 접고 이제라도 생업에 종사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재앙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영리한 사람들이니 잘 살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오늘은 이순신 장군의 묘소에 참배를 올려야겠다.
↑↑ 그림/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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