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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문화산책 / 길을 떠나다(3)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8.12 09:50 수정 2021.08.12 09:50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지리산 자락 한 호텔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지냈다. 새벽이 지날 무렵 창가 나무에서 노래하는 새소리에 잠을 깼다. 창을 여니 검은 등에 갈색 배를 가지고 날개깃이 하얀 딱새다. 잠을 깨워 놓고 같이 놀자는 건지 인간이 내는 엉터리 흉내를 받아서 한참 노래를 하다 날아간다. 여행 이틀째, 오늘의 일정은 예정대로라면 곰소염전과 채석강을 유람하고 대전 가까운 곳의 장태산 휴양림에서 둘째 밤을 보내게 된다.

- 곰소염전 그리고 채석강

비 소식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비를 잘 피해 다니고 있다 했더니 아침에 비가 살짝 내리고 있다. 남원에서 곰소염전까지 1시간 30여 분을 달려가야 한다. 광주대구고속도로 남원TG를 통과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을 거치고 담양을 지날 즈음 불쑥 소쇄원(瀟灑園)원림(園林)이 생각난다. 언젠가 담양을 찾으리라 마음을 다스리며 담양JC에서 고창담양고속도로로 길을 바꿔 달리다 고창에 이르러 떠오른 선운사, 동백꽃은 봄날에 이미 져버렸고 꽃무릇은 아직 때가 이르니 아쉬움만 안은 채 그냥 스쳐 지난다. 고인돌과 고창읍성 심지어 풍천장어까지 내 발목을 슬쩍 건드려 본다. 하지만 오늘의 첫 목적지는 곰소염전이니 어쩌겠는가.

오락가락하는 빗속을 달려 언젠가는 꼭 찾으리라 하던 변산반도에 들어섰다. 변산반도에 자리한 곰소염전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하늘이 비를 품고 낮게 드리웠으니 마음속에 그렸던 소금밭 반영 풍경은 접어야 했다. 곰소항의 한 식당에서 곰소젓갈을 반찬으로 아침 겸 점심을 들고 구불구불 변산반도의 해안길을 달려 도착한 채석강, 여행객의 달뜬 마음을 시샘이나 하듯 하늘도 바다도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억제되지 않던 열망의 변산반도 여행은 이렇게 비가 잠재우고 말았다.

변산반도를 출발해 새만금 방조제가 바다를 가르며 낸 길을 따라 흩날리는 빗속을 달렸다. 왼쪽은 서해 바다가 있고 오른쪽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 만경평야가 펼쳐져 있다. 방조제 길에 접한 고군산군도 신시도를 지나 장태산 휴양림으로 가기 위해 만경강을 낀 만경평야 길을 달려 익산, 논산, 서대전을 거쳐 여행 이틀째 밤을 휴식하려 예약해둔 휴양림 앞 숙소로 들었다. 서해 쪽에서 흩뿌리던 비가 내륙으로 들어오니 그쳤다.

- 장태산 휴양림

ⓒ 웅상뉴스(웅상신문)
예상 시간보다 이르게 장태산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전날 묵었던 호텔보다 펜션은 여러모로 편하다.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 셋째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라면으로 간단히 먹고 휴양림 산책에 나섰다. 장태산 휴양림은 우리 고유 수종 외에 독일서 왔다는 가문비나무, 미국산 메타쉐퀴이아 등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숲이다. 키가 30여 미터나 됨직한 메타세퀴이어가 도열한 숲 사이로 공중 길이 있어 그 길을 걸어 전망대까지 오르는 색다른 즐거움을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공중 다리길이 폐쇄 되어 그 길을 걷지 못했다. 장태산 휴양림은 사계가 다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더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숲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일행은 2박 3일의 마지막 여행지 충북 영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떤 것은 예리한 도끼로 쳤고/ 어떤 것은 잔인하게 톱으로 싹둑/ 베어버렸다./ 외진 숲 속의 잘린 나무들,/ 아직도 나이테 선명하고 송진향 그윽한데/ 너는 일말의 적의도 없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세상에 베풀기만 하였구나./ 살아서는 꽃과 열매를 주고/ 우리로 하여/ 푸른 그늘 아래 쉬게 하더니/ 어느 악한이 장작 패서 불태워버렸을까,/ 어느 무식이 너를 잘라 불상을 새겼을까/ 그래도 모자람이 있었던지 너는/ 죽어버린 끌덩이에서조차/ 파아란 이끼를 키우고 또 다소곳이/ 버섯까지 안았구나/ 딱새, 벌, 산꽃, 다람쥐, 풀잎 심지어는/ 혀를 낼름거리는 꽃뱀까지도/ 왜 너와 더불어는 평안을 얻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소신공양이 따로 없느니/ 네가 바로 부처인 것을/ 내 오늘 산에 오르며 문득/ 자연으로 가는 길을 배운다.

오세영 [숲 속에서] 전문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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