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수련꽃 |
ⓒ 웅상뉴스(웅상신문) |
|
5시 30분 새벽예불에 참석해야 된다는 마음에 잠을 설친다. 4시경에 눈을 뜬다.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뜸을 잘 들여다 하듯이 이부자리에서 잠깐 동안 새벽을 맞이하는 뜸을 들인다. 동쪽하늘에서는 붉은 기운이 나를 감싸고, 예쁜 수련 꽃은 환대하듯 우리를 반긴다. 사찰에서의 템플스테이를 기대하며 우리의 마음도 활짝 웃는다.
사찰에서 함께하는 1박2일의 체험의 시간은 코로나로 인해 두렵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던 이주민들에게 소중하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을 선택한 그들에게 한국생활적응이라는 힘든 시간이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 우리보다는 더욱 더 공포스럽고 두려운 시간속에 놓여있다. 그런 그들에게 홍법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그들의 삶에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찰에서 연잎밥과 된장국을 만들어 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나도 결혼 후 한번 씩 부모님을 만날 때면 가까운 곳에 사시는데도 불구하고 친정집에 가는 게 좋았고 그리웠었다. 연꽃은 그들에게는 고향이다.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다. 그들은 집안에 작은 불당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고, 연꽃을 바치며, 부처님을 모신다. 연꽃은 꽃, 잎, 줄기, 뿌리 등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연꽃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특별하며 신이 내린 선물로 생각한다. 그러니 사찰에서의 템플스테이는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108배와 참선, 요가를 함께하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본다. 108배를 마친 후 소감을 이야기할 때 한 여성은 “마음을 비우고 살아요.”라고 한다. 아직도 어린 나이인데 마음을 비운다는 소리에 마음이 짠하다. 무엇이 그리 힘들어 마음을 비운다는 얘기가 나올까? 그녀의 결혼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30대인 그녀가 마음을 비우고 산다는 소리에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앳된 얼굴에 스며있는 외로움과 슬픔이 보인다.
사찰 앞마당에 예쁜 수련꽃이 피어있다. 오래전에 베트남을 여행할 때 찜짱시인의 <수련꽃>이란 시를 들은 적이 있다. 전쟁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으로 표현한 시다.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시인은 오히려 폭탄구덩이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수련꽃으로 기억된다.
‘메콩강 평야의 한 작은 마을, 어느 날 밤 갑자기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과 총성이 들리고 모두는 혼비백산하였다. 그리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어쩔 줄을 모르고 누군가는 총에 맞아 움직일 수 없었고 붉은 피가 빰과 입술로 흘러내리는 아픔이 있었던 이야기’를 어린시절 듣고 자랐던 그녀들. 전쟁의 아픔이 이제는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또 다른 아픔이 그녀에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겁다.
오늘따라 연못의 잔물결이 눈이 시리다. 수련꽃은 더욱 붉다. 붉어서 더 아름답다. 아름다워서 더 슬픈 수련꽃. 시인의 마음같이 내 마음은 그녀를 보며 가슴이 먹먹하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고 전쟁의 아픔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우리 여성들의 삶은 아픔과 고통이 여전히 존재한다. 먼 훗날 시간이 흘러 기억으로 남을 때가 있겠지만 어린 그들에게 삶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찰에서의 소중한 경험들은 그들의 삶에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을 줄 것이다.
날이 저문다. 밤하늘에 작은 별 하나가 보인다. 별님에게 이야기한다. 서로 말과 문화가 달라도 우리는 그저 똑같은 사람이라고, 서로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고…….
이른 아침 뜰에 나가 수련 꽃을 땄네
폭탄구덩이 아래 어머니가 심은 수련 꽃
아아, 어디가 아프길래 물밑 바닥부터
잔물결 끝도 없이 일렁이는가
몇 해 지나 폭탄 구덩이 여전히 거기에 있어
야자수 이파리 푸른 물결을 덮고 아아, 우리 누이의 살점이던가
수련 꽃 오늘 더욱 붉네
-찜짱 시인의 수련 꽃 -
|
|
|
양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 유경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