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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문화산책 / 길을 떠나다(2)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7.26 14:25 수정 2021.07.26 02:25

강영숙 시인

광한루 오작교
2박 3일의 여행 일정 중 첫날 먼저 아흔아홉 칸 고택 `운조루`를 찾아 묵자(墨子)의 겸애사상(兼愛思想)을 실천한 타인능해(他人能解)의 뒤주를 보면서,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태 속 점점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비추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평등과 나눔, 묵자의 사상을 마음에 새기며 다음 여행지로 발을 옮겼다.

- 천은사

통일신라시대 고찰이다. 구례에서 지리산 횡단도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구례 광의면에 있는 천은사 앞을 지나게 된다. 운조루 다음으로 지리산이 품은 사찰 천은사를 찾아들었다. 

공포(栱包)가웅장한 일주문을 지나 걷노라면 무지개다리 위 아름다운 수홍루를 만나게 된다. 안내판을 보니 한 방송사 드라마 촬영을 이곳에서 했나 보다. 산사체험 프로그램도 있고, 사찰 입구 천은 저수지 수변 둘레길을 장애를 느낄 수 없는 길 `무장애 숲길`이라 하여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의외로 절집 풍경은 한가롭기조차 하다.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신 극락보전 마당을 거닐고 있자니 구례에서 `소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우이자 `지리산 가수 고명숙` 선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천은사 수홍루
우리의 여행 일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그녀가 기타를 메고 천은사 앞 카페 `천은사에서` 로 찾아왔다. 저수지를 오롯이 품은 카페 앉아 여행의 피로를 한 잔 커피와 그녀의 노래로 푼다. 여행길에 기꺼이 오아시스가 되어 준 고마운 아우다. 잠시 함께한 시간이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보석 같은 지인들 덕분에 호사스런 여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가수 ` 아우와 헤어져 일행은 지리산 횡단도로를 타고 1,000m 높이 시암재에 올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들을 눈과 가슴에 담는다. 뒤돌아 본 풍경에는 산 능선들이 어깨를 겯고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광활하고 장대한 풍경에 서니 가슴이 퉁퉁 북소리를 낸다. 시암재에서 남원으로 방향을 잡은 터라 노고단 길목 성삼재는 지나쳐 정령치로 향했다. 정령치 휴게소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제일 큰 산줄기 백두대간의 능선 위에 서게 된다. 만복대, 세걸산, 바래봉, 오래전 산행을 즐겼던 때가 떠올라 상기된다. 1172m 정령치는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비롯해 지리산 연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조망 터이기도 하다.

정령치에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여행 첫 밤 숙박지로 정해놓은 남원의 한 호텔을 향해 구절양장 구불길을 달렸다. 호텔에 짐을 내려두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남도밥상이다. 그리고 식후 산책 겸 광한루원을 찾았다. 오래전 찾았을 때 보다 많이 꾸며진 광한루원이다. 

우리나라의 3대 누각을 말하라면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이다. 남원에서는 광한루를 넣어 우리나라 4대 누각이라 해두었다. 

촉석루와 영남루의 규모와 역사성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광한루가 4대 누각에 드는지 의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기예보 비 소식에 염려가 되었다. 우리나라 남부 쪽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는데 여행 중에는 아직까지 비를 만나지 않았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호텔 측에서 조식을 제공 못한다기에 아침 간편식을 마트에서 구입해 들어오며 내일 아침에는 `춘향테마파크` 산책을 약속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었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여행 첫날이다. 내일은 변산반도다.

광한루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환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전문
강영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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