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디 정치뿐일까. 비즈니스에서도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이는 필요악이다. 그런데 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상대의 허점을 콕 짚으면서도 말하는 사람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말을 꺼낸 사람이 침몰하기도 한다.
핵심 요소는 말의 수위에 있다. 남한테 비난하는 말이라도 적절하게 활용, 적정 수위를 결정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 중 누군가가 끼어들 때 약한 경적을 울리면 상대가 미안하다는 깜빡이등을 켜지만 창문을 열고 “야 이 ××야”라고 하면 상대방이 차에서 내려 당신의 멱살을 잡을 것이다.
즉 상대방의 잘못을 나무랄 때 상대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게 만드는 것이 적절한 수위가 된다. 그런데 지나친 수위는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거세게 반발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보통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이 클수록 말의 수위가 세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요즘 자네 지각이 너무 많아 걱정이네. 우리 이야기 좀 할까?”라고 말하면 적당한 수위가 되는데 그 조절이 안 되면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내 여러 번 참았는데 자네 정말 그 따위로 할 건가! 그러고도 월급을 받아가나? 때려 쳐! 괜히 팀 분위기까지 망가뜨리지 말고! 알았어?”라고 말하게 된다. 속이 터질 것 같아 이렇게 말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이 반성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네거티브는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되 말한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일지 않는 그 정점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능력이다.
특히나 공개적인 스피치에선 대화를 듣는 제삼자의 마음을 의식해야 한다. “아 저 사람, 참 맞는 말만 골라 하네. 내가 다 속이 후련하다”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말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 교양이 의심스럽네. 어쩜 저럴 수 있어?”라며 오히려 비판받는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 있다. 이런 공개 스피치에서는 실제로 누가 더 부정적인 과오를 많이 저질렀느냐보다 제삼자가 보는 시점에서의 두 사람 간 대화의 매너가 평가의 요소가 된다.
노련한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쌓인 악감정보다 지켜보는 제삼자가 보기에 타당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생각해 낸다. 그런데 종종 지나치게 솔직하거나 공격적인 사람은 이런 자리에서 적정선을 놓쳐 오히려 상처를 입기도 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되 상대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을 짚고 넘어가려는 느낌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삼자가 보기에도 지금 상대방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야겠다는 잔인한 의도가 보이면 그것은 실패한 스피치다.
최고의 대화는 상대에게 망신을 주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과오를 인정하고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세금 안 내셨지요? 부끄럽지 않습니까? 이유를 말해 보세요”라는 말보다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납부할 의향이 있습니까? 가지고 있는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가 더 효과적이다. 즉 내가 돋보이는 스피치가 아니라 상대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제삼자의 눈엔 당신의 능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를 할 때 또 하나 명심할 것은 인간은 그 누구도 상대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신 상대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더 좋은 대안으로 이끄는 것은 가능하다. 말을 얼마나 자극적으로 하느냐보다 행동의 변화로 평가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말만 크게 벌여 흥분해 놓고 사후 처리가 미약하다면 그것은 단지 분풀이로 끝나는 쇼가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