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남천서로 20에 위치한 문화공간 ‘카페빈빈 빈빈문화원’에서 지난 16일 저녁 6시 30분, 전이섭 작가의 북토크와 전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책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커피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공간의 슬로건처럼, 이날의 행사는 삶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감성 가득한 무대로 펼쳐졌다.
이날 북토크는 김종희 작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주제는 ‘나무’. 전이섭 작가가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전이섭 작가가 첫 번째로 펴낸 책 『나무』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창작과 공동체를 잇는 언어로서의 나무를 함께 사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약 1시간 30분간 이어진 북토크는 “나무는 살아 있다. 나무는 관찰해 본다. 나무는 말한다.”는 작가의 인상적인 화두 아래, 나무를 통해 들여다본 삶의 단면들이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퍼져 나갔다.
행사에는 문화공간 빈빈의 김종희 대표를 비롯해 권영주 교수, 박경진 변호사, 문화 해설사, 초등학교 교사, 시인, 낭송가, 기자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지닌 시민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참가자들은 전이섭 작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책과 예술,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이 스며든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전이섭 작가는 “나무는 뿌리를 땅에 내리고 가지를 하늘로 뻗는다. 그 모든 과정은 말이 없는 듯하지만 쉼 없이 이야기하는 중”이라며, 부산과 경남 로컬 현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무를 하나의 존재로 그려냈다. 작가에게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관찰자이자 전달자, 창작과 생명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전시 공간 역시 나무 한 그루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작은 숲’으로 꾸며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전시된 드로잉, 목조형 작품, 짧은 산문들은 나무의 껍질과 이파리, 속살을 더듬듯 관객을 사유의 흐름 속으로 이끌었다.
한 관객은 “나무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전하며 작품 앞에서 긴 시간 머물렀고, 많은 이들이 나무의 ‘눈’에 공감하며 생명감 넘치는 시선에 응답했다.
전이섭 작가의 목조형 작품 「생명의 나무」는 단순한 조형예술을 넘어 생명과 존재, 창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작가는 죽거나 쓰임을 다한 나무를 새와 물고기의 형상으로 재탄생시키며, 생명의 순환과 부활이라는 주제를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나무의 고유한 물성과 생김새를 존중하면서도, 전통 오방색을 활용해 표현의 왜곡을 최소화한 점에서도 작가의 진지한 창작 태도가 엿보인다. 특히 ‘눈’의 형상에는 작가 자신의 ‘혜안’을 투영시켜,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선 깊은 시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종희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를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밝히며, 한 관객은 “책과 전시, 커피와 과일, 음악이 어우러진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고 전했다.
‘나무’라는 제목처럼, 이날의 북토크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새로운 생명이 문화의 토양 위에 뿌리내리는 저녁이었다. 빈빈문화원에 또 하나의 살아 있는 나무가 심어진 날이었다.
한편, 전이섭 작가의 북토크 현장은 KBS를 통해 오는 2025년 7월 2일(수)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송 촬영은 6월 17일과 18일, 21일에 걸쳐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