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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단체

“산이슬 산악회, 기차 타고 떠난 자연 속 하루”

김경희 기자 입력 2025.06.07 08:11 수정 2025.06.07 08:11

분천역, 산골 간이역에서 관광 명소로
V-train, 백두대간을 달리는 협곡열차
장사상륙작전 기념관, 동해안의 역사 현장

2025년 6월 1일, 웅상 산이슬 산악회가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새벽 5시, 덕계상설시장 앞에는 등산복 차림의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 서창 롯데마트에서도 이른 출발이 이어졌다. 

이날의 목적지는 경북 봉화군의 분천역, 협곡열차로 시작되는 기차 여행이었다. 목적지는 철암, 그리고 동해안. 그동안 수없이 걸어온 산행 대신, 이날은 기차가 대신 풍경을 데려다주는 여행이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른 아침 도착한 분천역은 작은 시골 간이역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과거 벌목산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역사가 있고, 2013년부터 관광열차인 O-train, V-train이 운행되며 산타마을과 함께 다시 살아난 공간이다. 붉은 지붕의 작은 역사 앞에서 회원들은 단체사진을 찍으며 하루의 시작을 기록했다. 마을을 감싸는 숲과 이른 아침 햇살 속에 붉은 산타와 백색 이슬, 그리고 다정한 웃음이 어우러졌다.

기차는 오전 9시 59분 분천을 출발해 11시 5분 철암에 도착하는 협곡열차였다. V-train이라 불리는 이 열차는 백두대간 깊숙한 협곡을 따라 천천히 달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말없이 흐르지만, 

기차 안은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으로 가득했고, 창밖으로는 초여름의 산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푸른 능선이 유리창에 기대듯 펼쳐졌다.  이날 여행은 산이슬 산악회의 연례행사 중 하나로, 장거리 산행 대신 문화·자연 탐방을 겸하는 기획형 일정이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산이슬 산악회는 25년 전 다른 산악회와 함께하다가 약 12년 전 분리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이름처럼 맑고 고요한 산악회를 만들자는 뜻에서, 과거 ‘밤이슬’이라는 이름에서 지금의 ‘산이슬’로 바뀌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 지금은 45명 내외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충만 산이슬 산악회 회장은 “저도 중간에 들어온 사람인데, 혼자 산을 다니다가 이 모임을 알게 되었다”며 “건전하고 신뢰가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회원 중에는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이들도 많고, 여성 회원은 1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회장은 “서로를 잘 알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 큰 문제도 없고 정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정기 산행은 가지산, 천왕산, 대운산 등 웅상 인근의 명산과 함께 연 4~5회는 버스를 대절해 장거리 산행을 진행한다. 여름철과 겨울철은 휴식기를 갖고, 12월에는 송년회를 겸한 마무리 산행으로 한 해를 마친다.

산을 오르며 생긴 기억 중에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이 회장은 “한 번은 달마산에 부부가 동행했는데, 부인이 중간에 다리 경련이 와서 남편이 업고 내려왔다”라며 “그런 장면은 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치거나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안전 교육도 항상 강조하고 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기차는 철암에 도착한 뒤 동해안으로 이어졌다.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앞에서는 회원 두 명이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바람 부는 해변과 하늘 아래, 검은 군화가 새겨진 기념비가 오늘의 여행을 다시 조용하게 감쌌다. 바다를 바라보며 말없이 걷는 이들의 모습은, 산행과 다르지 않았다. 걷지 않아도 깊이 남는 하루였다.

산이슬 산악회는 양산시 정월대보름 행사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 산악회가 특별히 봉사활동을 하진 않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산행”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했다.

기차를 타고 풍경을 지나온 하루.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 말, 웃음, 묵념의 순간들이었다. 산이슬 산악회의 이름처럼, 그 하루는 맑고 투명하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본 기사는 2025년 6월 1일 웅상 산이슬 산악회의 봉화 협곡열차 여행에 동행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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