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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승흥 작가의 디카시 한 스푼

남승흥의 디카시 한스푼(8)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5.06.02 13:00 수정 2025.06.02 13:00

아부지/ 최일형

ⓒ 웅상뉴스(웅상신문)
누구나 어릴 땐 느끼지 못했던 가장(家長)의 무게를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되고서야 비로소 그 노고를 뼛속 깊이 느낀다. 하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는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는다. 불효의 죄송함을 늘 가슴에 담고 있기에 우연히 의자 위에 놓인 작업 장갑을 보고는 순간 힘든 일을 마다하시지 않고 오직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오롯이 희생하신 아버지에게 어깨 한 번 주물러 드리지 못했던 그 가시 박힌 세월이 스쳐간다. 어느덧 작가는 의자 위에 아버지를 앉히시고는 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린다.

이처럼 의자와 장갑을 보자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버지를 보자 가족을 위한 희생이 생각나고 희생이 생각나자 불효가 생각나는 것처럼 쌓여있는 눈을 보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생각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생각나자 산타가 생각나고 산타가 생각나자 굴뚝이 생각나고 굴뚝이 생각나자 산타의 선물이 떠올랐다면 이것을 ‘연상적 이미지’라 하는데, 이것이 디카시의 좋은 소재가 된다.

또한 우리 내면에는 수많은 감정과 욕망이 얽혀있는데, 이것 또한 디카시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어야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 날 듯이 기쁘다.”의 관념적 표현보다는 “나는 로또에 당첨되어 꿈에 그리던 아파트를 계약했을 뿐만이 아니라 승용차도 구입했다.”처럼 ‘로또’와 ‘아파트’ 그리고 ‘승용차’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져오면 관념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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