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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업스토리

지역과 주민이 공생하는 공간, ‘목화당 1944’의 실험

김경희 기자 입력 2025.05.23 06:00 수정 2025.05.23 06:00

양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중심,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의 도전
일제강점기 창고에서 주민 공동체 플랫폼으로…
개발 아닌 재생, 수익보다 지속가능성… 주민 손으로 만드는 도시의 미래
3천 명이 찾은 마을카페, 원도심에 숨결을 불어넣다

‘목화당 1944’ 전경

왜 하필 ‘목화당 1944’였을까?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목화당 1944’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양산 중앙동에 자리한 이 건물은 한때 농협 창고로 쓰이며 농약과 자재가 보관되던 곳이었고, 그 이전에는 방공 훈련, 반공 활동 등으로 주민들에게는 위협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였다. 

과거 영화 상영장으로도 활용되었고, 공동체의 다양한 사건들이 얽혀 있는 공간이기에, 조합원들은 개소 전 고사를 지내며 새로운 출발을 기원했다.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은 이 공간을 단순한 카페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 플랫폼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이에 ‘목화당 1944’를 운영하는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의 우현욱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현욱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 이사장


-어떤 배경에서 마을카페를 만들게 되었나?

북부지구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은 ‘개발’이 아닌 ‘재생’이었다. 철거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의 과거를 보존하면서도 주민들이 현재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은 2019년 6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해 현재 14명의 조합원이 함께하며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조합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을카페 ‘목화당 1944’는 2025년 1월 정식 오픈 이후 약 3,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지역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목화당 1944’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카페의 이름은 건물이 지어진 연도인 1944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 건물은 단지 오래된 창고가 아니라, 지역의 시대적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조합원들은 그 의미를 담아 이름을 정했고,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외형을 최대한 보존했다. 주민들의 기억이 깃든 장소를 지우기보다는, 그 기억 위에 새로운 공동체 이야기를 덧입히고자 했다.

-카페를 단순한 영리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나?

삽량문화마을 협동조합은 단기적인 이윤보다는 장기적인 지역 환원을 지향하고 있다. 카페 수익은 다시 지역 행사나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등에 재투자된다. 현재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소규모 전시회, 엄마들을 위한 교육 연계 활동 등을 준비 중이다. 주민 누구나 편히 들를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 지속 가능한 마을 기반 시설로서 기능하는 것이 목표다.

‘목화당 1944’ 내부 풍경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된 공간들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목화당 외에도 인근 오촌당에서는 전시와 수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아동복지과와 협력해 장난감 대여소가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카페에서 여유를 갖고, 인근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연계 체계를 만들고 있다.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생활 단위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도시재생의 구조가 설계되고 있다.

-원도심의 과거 영광을 되찾는다는 구상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중앙동은 과거 양산의 중심지였다. 읍성이 있었고, 상권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많은 이들이 오갔다. 지금은 조용해졌지만, 협동조합은 이 지역이 가진 스토리와 물리적 자산을 잘 살려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기억을 품은 공간을 재생하고,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운영 방식을 통해 타 읍면동 도시재생의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끝으로, 주민들과 행정기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사업은 조합원들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나동연 시장을 비롯한 도시재생 관련 부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 그리고 함께 고민해 준 주민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공간이 양산시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각 읍면동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연대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다.

‘목화당 1944’는 단지 한 채의 카페가 아니다. 과거의 상처를 품고, 현재의 숨결을 담아, 미래를 꿈꾸는 마을의 심장이다. 양산의 오랜 중심, 중앙동이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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