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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가 만난 세상] 꾸준히 해나가는 마음이 준비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5.03.17 02:52 수정 2025.03.17 02:52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세상에는 수많은 명언이 있다. 제아무리 유명한 이의 말이나 누군가가 한 그럴싸한 말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와 닿지 않는 말은 명언일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라는 말이다. 

언제 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제법 많이 들은 말로 그저 그런 말이라고 여겼다. 무언가를 항상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언젠가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란 뜻일 테다. 여태껏 나는 그런 마음을 품고 무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저런 명언도 있구나 하고 들을 때마다 넘기곤 했다. 마음가짐은 다를지라도 어떠한 일이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꾸준히”라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드문드문 글이란 걸 쓴다. 정기적으로 쓰는 건 독서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이고 그 외적으로는 쓰고 싶을 때 쓴다. 그나마 지속적으로 쓰는 건 간략한 독서 후기이고 아주 가끔이지만,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가 감지되면 그럴 때 쓴다. 한 마디로 자유롭게 쓴다는 말이다. 
한동안 이렇게 써오다가 작년에 도서관에서 글쓰기 관련 강좌를 하나 들었다. 이제껏 내 멋대로 써 온 글에 대한 평가를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 계속 써나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무턱대고 쓰기만 한다고 발전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적이든 칭찬이든 조언을 들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약 한 달 반 동안 세 분의 작가님께 지도를 받으며 글을 쓰고 첨삭도 받았고 마무리로 책도 만들었다. 값진 경험이었고 뜻깊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 몇 주 전에 지도를 해주셨던 작가님 중 한 분께 전화가 왔다. 동료 작가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이 곧 개강하는데 내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고 하셨다. 이를 계기로 금정도서관에서 작가님을 뵈었다. 작가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뜻밖에 글 청탁을 받았다. 지역 신문과 몇몇 매체에 글을 기고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처음엔 어설픈 내 글이 여러 곳에 실려 불특정 다수가 읽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정중히 거절했다. 작가님은 재차 권유를 하셨고 매달 한 편씩 1년만 해 보라고 하셨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선뜻 수락할 수가 없었다. 망설이는 내게 작가님은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관두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 찰나에 많은 생각이 오갔고 순간 이게 나에게 찾아온 “기회”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권유에 응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읽는 이가 없어도 글은 글 자체로 생명을 가진다고 말이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은 읽는 이가 거의 없다. 몇몇 인친이 전부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그곳에 글을 올리는 목적은 오로지 저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가 이 믿음이 살짝 흔들리는 일이 발생했다.

 몇 개월 전에 몇 해 전부터 핫한 릴스를 나도 한 번 만들어봤는데, 그 조회 수가 지금껏 올린 나의 게시물에서 1위를 했다. 1,000여 개가 넘어가도록 열심히 글을 써왔는데 대세는 역시 영상이구나 싶었다. 영상으로 전환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슬쩍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저 글을 쓰는 게 좋을 뿐이지 관심을 끄는 게 목적이 아니기에. 이렇게 쓴 글을 누군가 읽어 주지 않아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글을 쓰면서 이와 관련된 어떤 기회를 바라지 않는다. 가령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책 출간 제의를 한다는 그런 것. 이런 거대한 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해본다 해도 허무맹랑한 꿈일 뿐이다. 그래도 기회를 바란다면 최소한 의지는 가지고 행동해야 하지 않나. 글쓰기 관련 대회에 참가한다든지 브런치에 도전한다든지, 이런 것. 나는 오로지 내가 선택한 일에서만 좋은 결과를 바랐다. 

그러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쓰면서 묵묵히 해나가고 싶었다. 부담감을 덜어내고 즐기면서 기쁨만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이런 마음도 차곡차곡 쌓이면 준비가 되는 걸까. 또렷한 목적을 향한 결기를 무장하지 않아도 작디작은 여린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행동도 준비의 자세가 될 수도 있단 걸 비로소 깨달았다.

이 글은 나의 도전에 대한 출발점이다. 앞으로 매월 어떤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달마다 적당한 주제를 찾기 위해 고심할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은 세상에 없다는 걸 알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중심을 둘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늘 궁금했다. 책을 쓴 이가 지면을 빌려 고마움을 전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정말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비록 책이 아닌 한 편의 글이지만 진짜 그렇다. 이 지면을 빌려 기회를 주시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 김서련 작가님께 마음을 다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의 공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써보겠다.

↑↑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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