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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파트, 아파트”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2.09 05:03 수정 2024.12.09 05:03

사)국학원 상임고문
글로벌 사이버 대학교 교수 원암 장영주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아이돌 출신 ‘로제’의 ‘아파트’(APT)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으로 퍼져나고 있다. 연말이 되니 지구촌의 이 나라, 저 도시의 크고 작은 광장은 즉흥무대가 되어 무리전체가 떼창과 춤으로 따라 부르고 춤을 춘다. 싸이의 노래와 단순한 말 춤으로 훈련된 세계인들은 이제는 블랙핑크, BTS등의 고난도 안무와 노래도 척척 따라 하고 있다. 서양처럼 대중들이 슈퍼스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과 함께 주인공이 되어 조직적이고 창조적으로 같이 즐기는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한국가수 따라 하기’로 시간, 공간, 세대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토착화되고 있다.

노래와 춤과 함께 기어이 한판 벌리고 마는 한민족의 즉물적 현장감이 싱싱하고 자유로운 물결이 되어 글로벌화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판소리 한마당 같은 우리 예술문화의 전통이 실존하고 있다. 판소리는 가객, 고수, 청중들이 흥이 넘쳐 순식간에 하나가 되는 현장 일체화 즉석 공연예술이다. 서양 오페라 극장은 아리아(aria)를 부르는 가수와 연주단은 청중들과는 멀고 높은 공간으로 격리되어 있다. 가수들은 밸칸토 창법으로 목청껏 질러대고 청중들은 멀리서는 망원경으로 보기도 하면서 조용히 앉아있다. 그러나 우리의 판소리 가객은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마음을 토해내어 듣는 이의 넋을 사로잡는다. 춘향이 죽어가니 모두 눈물을 찍어 내고 심봉사 눈을 뜨니 전부 환호작약한다. 그러나 판소리 무대는 돗자리 한 장이 전부로 청중과 예인들의 공간적, 계급적, 인격적 차별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 시간만큼은 가객, 청중, 남자, 여자, 양반, 상놈 없이 오직 하나 되어 즐길 뿐이다.

‘아파트’는 우리 땅에 토착화 된 외래어로 이른바 ‘콩그리쉬’이다. 아파트’라는 노래는 1980년 후반에 이미 크게 히트한 가요이기도하다. 시대상을 담은 공전의 히트작 ‘아파트’는 지금은 70세의 가수 윤수일이 가장 먼저 불렀다. 윤수일 자체가 당시로는 보기 드믄 석사출신의 훤칠한 키에 이국적인 미남이었다. 락 가수인 그의 노래는 비트가 강하고 빠른 도시재즈라는 새로운 음악으로 곧 대중적인 공감을 받는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하면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

지금은 마천루가 치솟은 세계적인 번화가인 강남의 봉은사 일대는 서울의 경제, 문화의 심장부이다. 그러나 한강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강북의 용산 어간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도달하던 인적 드문 강변이었다. 1970년대, 나라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강남개발붐이 일면서 잠실, 송파까지 연이어 아파트가 군락이 형성된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일거에 현대적인 주거, 문화, 경제 단지로 상전벽해의 탈바꿈이 시작된다, 강변 여기저기에 세워지기 시작한 아파트는 사랑하는 이를 찾아 가는 가슴 떨리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길이 되었다. 동시에 아직 공해가 덜한 서울상공에 별빛이 찬란하고 강복의 옛것과 강남의 새것을 이어주는 터전이 되었다. 강변의 갈대숲을 흔드는 밤바람은 삽상하고 막 보급되기 시작된 휴대전화로는 걸으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바로 신, 구의 시대의 연결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올해 발표된 ‘로제’의 신곡은 지구를 돌고 돌아 세계화된 아파트를 보여준다. 발랄한 한국 여가수와 미국 남자가수의 장난 같은 놀이가 가사만큼이나 중요한 오브제가 되어 세계인들을 매료시킨다. 예능인들의 가사, 춤, 가창력 뿐 아니라 이제는 한국인의 노는 모습까지 세계인들이 기꺼이 따라하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B.C 3천 년경, 조상님들 터전의 청동기 문화층에서 이미 뼈 피리, 청동방울 등 가무에 필요한 관악기와 타악기 유물들이 다량 발굴되었다. 위나라의 진수(陳壽, 233~297년)의 ‘위지 동이전’은 ‘부여와 고구려 사람들은 늙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밤새워 노래 부르며 춤추기를 그치지 않았다.’ 고 기록하고 있다. 큰 활을 지닌 북쪽의 수렵인 부여, 고구려인과 농경민인 남쪽의 삼한인 까지 모든 원주민들은 호쾌하게 밤새워 술 마시며 노래와 춤을 즐겼던 우리 선조들이다. 그분들의 DNA가 지금까지도 맥맥이 흘러와 세계를 향해 흘러넘치고 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술자리에서는 노래나 춤을 추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자리가 파하도록 주변은 아랑곳없이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일본인들도 술을 즐기지만 옆자리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용조용 없는 듯이 마시는 편이다. 너나없이 ‘넘치는 흥과 신명나는 끼’로 순식간에 하나 되는 무리는 우리가 유일하다. K-팝은 이렇게 즉석하나 되기라는 ‘평화의 효과‘를 온 지구촌에 퍼 나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현재세계에서 한류만큼 성공한 대중문화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70세 가수 ‘윤수일’과 20대 중반 ‘로제’는 사반세기가 넘는 세월의 강을 건너 이제는 부녀처럼 한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부디 새해에는 남과 북, 경상과 전라, 남과 여, 노와 소의 간극과 차별이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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