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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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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일로 파리 여행을 마치고 데친으로 가는 길이다.
파리 동역, 저녁 7시 7분 ICE 9557열차를 타고 10시 17분 Mannhein역 하차, 11시 42번 환승하기 위해 2번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역무원이 급하게 뛰어나와서 5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소릴 지른다. 급하게 이동, EN459 열차번호를 확인해서 탄다. 똑같은 시간에 베를린과 프라하 가는 열차가 있고 도중에 분리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리로 갈 때 어느 역에서 1시간 정도 정차했고 그때 뒤에 있던 열차 칸이 분명히 없어졌는데, 하차해서 보니 색이 다른 열차 칸이 달려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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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검표원도 어디로 가느냐고 확인, 그렇게 한 작가와 나는 무사히 데친 행 열차를 타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아침 7시 54분 데친 도착. 무려 12시간 걸리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다지 힘들지 않은 게 밤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게 한때의 로망이라서 그런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고 싶었는데, 10시간 넘게 밤 열차를 타니 조금은 그 맛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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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차는 라이프치히에서 오래 정차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에 본 오케스트라 공연이 눈앞에 떠오른다.
2023년 4월 1일 시작한 체코 데친에서 한 달 살기가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동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감으로 시작한 여행, 한 달 살이 여행을 뭐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도 없고 여행지에 관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무슨 여행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그야말로 무계획으로 시작한 여행, 중반을 넘어서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여행 30년 넘은 경력의 데친 이기영 대표가 기획한 2박 3일, 3박 4일 패키지여행은 정말 예상치 못한 소득을 우리 손에 안겨 주었다. 한마디로 예술문화 기행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본 구스타프 말러 6번 교향곡 공연은 순전히 이기영 대표 덕분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언제 그런 공연을 보겠는가.
4월 20일 게반트오케스트라 공연. 지휘자 프란츠 벨저 메스트.
오케스트라 공연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소연주회도 본 지 오래됐다. 누구누구 연주회에 갈 기회가 더러 있었지만 그때마다 일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악기 소리는 점점 모여들어서 하나가 되어 격정적이고 장엄한 소리로 심금을 울렸다가 천천히 고요해졌다. 음악은 가슴을 파고들고 진한 감동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났다. 특히 실내가 떠나가도록 거대한 해머를 크게 타격할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신들린 듯한 지휘자의 손짓에 연주자는 악기와 한 몸이 되어 연주했다. 악기가 아니라 연주자가 몸으로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하나의 악기에 점점 더해지는 악기, 한꺼번에 연주하다가 흩어지는 게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인생과 닮은 것 같았다. 더해졌다가 사라졌다가 다가오다가 멀어졌다가 어디선가에서 왔다가 어디론가로 떠났다.
열차는 라이프치히를 지나고 날은 어느새 밝아져서 드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과 한 채, 혹은 여러 채 모여 있는 붉은 지방과 하얀 벽의 집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라이프치히- 작센주의 가장 큰 도시. ‘힙치히’의 동독의 이 도시는 통일 이후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해옴.
#성 니콜라이교회- 1980년대 통일의 물길이 시작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