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로 가는 기차, 칸과 칸 사이의 휴식 공간이다. 음료수와 샌드위치, 빵 등의 자판기와 커피가 있고 두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몰라서 (할슈타트 호수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티켓을 저녁 7시 52분으로 끊었다.
덕분에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아침 일찍 오엔잘츠부르크 성에 갔다 온 한 작가와 나는 점심을 뭘 먹을 것인지 의논했다. 음악도가 송아지 고기인데 아주 연하고 맛있다면서 추천, 검색해보니 가격도 좀 높은 데다 이미 다르뉴 지역에서 먹어 본 음식이다. 물론 돼지고기로 만든 슈니첼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그 돈으로 마트에 가면 얼마나 많이 사겠냐 등등. 일단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12시 30분쯤 누가 먼저랄 게 없이 "가자"라고 동시에 말했다. 정말 오길 잘했네. 연한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고 맥주는 쓴맛이 없으면서도 맛있다!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여유롭게 도시를 돌아다닌다. 제2차 세계대전에도 무사히 살아남은 잘츠부르크에는 중세 건물이 즐비했고 골목을 걸어 다니는 내내 음악이 귀에 들려온다. 어딜 가도 내내 들려오는 음악, 모차르트가 태어나 자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태어난 도시다운 풍모다. 도시 전체에 음악이 흐른다고나 할까. 그뿐만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도심 전역이 모차르트로 채색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모차르트 삶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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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벨 정원을 통과해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문득 음악이 고요하게 거리에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잘츠부르크 도시 전체에 음악이 흐르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어제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어놓고 10분간 쉬고는 모차르트 하우스로 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새벽부터 동동거린 몸은 피곤하고 30분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잠들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한 작가가 이끄는 대로 한다.
아, 이래서 모차르트….
잘츠부르크 도시의 첫인상은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린츠에서 본 건물들과 비슷하고 깨끗하고 좀 소박하다고 할까. 왕벚나무 몇 그루가 활짝 꽃을 피운 정원 앞에 모차르트 하우스가 있고 우리는 8유로를 주고 리모컨을 받는다. 남자직원은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리모컨 조작법을 가르쳐준다. 미술관이나 어딜 가면 주는 리모컨이라 그러거니 하고 받았는데, 이건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다. 1번 번호를 누르고 초록색 버튼을 누르자 모차르트의 곡이 흐르고 한국어로 설명을 한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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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음악이라니. 그것도 모차르트의 곡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리모컨을 귀에 대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서성거린다. 비 오는 날,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이곳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의자에서 앉아서 음악을 마저 듣고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말 뛰어난 기획이라는 생각.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 옆에는 아예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른 음악이 나온다.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음악을 들으면서 쉬다가 다시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음악이 듣고 싶어서 본 것을 보고 누른 것을 또 누른다.
모차르트 하우스에서 음악을 듣고 나니 잘츠부르크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모차르트 하우스에 오면 음악에 풍덩 뛰어들 수 있다는 컨셉은 정말 멋졌다.
아주 오래전, 몇 년간 피아노 레슨도 하고 클래식 음악만 들었던 날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침 일찍 나가 종일 밖에 있는 바람에 차분하게 음악을 들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나였다.
그날 모차르트 음악은 미라벨 정원까지 나를 따라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배경인 미라벨 정원, 벽에 붙은 나무와 길게 심어 놓은 가로수 길은 괜찮았지만 넓은 정원에 꽃은 별로 없고 뭔가 미미했다. 베네치아 광장으로 가던 길에 본 정원은 등나무 아래 벤치에 오가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이 되어 있지만 여긴 그냥 휑하다고 할까. 왜? 이렇게 구성을 할 때는 이유가 있을 건데 그것이 무엇일까. 내내 생각했고
그리고 오늘 오후, 미라벨 정원을 가로지르면서 불쑥 떠오른 생각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영화 배경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벨 정원에 음악이 흐르고 거리에도 음악이 흐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 비엔나로 기차에서 이 글을 쓰는 내내 음악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900년 동안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호엔잘츠부르크성에도 모차르트 음악이 흐르고 성에서 내려다본, 강과 숲과 집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고 눈이 쌓인 산에 둘러싸인 도시에는 고요한 음악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였다. 그것은 잘츠부르크의 시민들이 노력한 결과이리라.
#스테른브라우의 슈니첼과 stnibier 하우스 맥주,슈니첼: 독일어로 얇게 저민 살코기, 또는 잘라낸 조각을 뜻한다. 일단 송아지, 돼지고기를 망치로 두들겨 연하게 한 뒤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으로, 흔히 먹는 돈가스와 비슷하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대표 음식이며 독일어로 "Schnitzel"이라고 쓴다.
#호엔잘츠부르크성#모차르트의 생가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 #레지던스 광장 #카피델 광장 #게트라이데 거리 #모차르트의 집: 1773년부터 7년간 모차르트가 7년간 거주했던 집 #모차르트 생가: 모차르트가 1756년 1월 27일 이 건물 3층에서 태어나고 1773년 17세까지 살았던 집.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5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 그 짧은 일생 600여 곡의 작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