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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승흥 작가의 디카시 한 스푼

남승흥 시인의 디카시 한스푼(1)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0.15 12:39 수정 2024.10.16 12:39

부부/ 김미옥 작

ⓒ 웅상뉴스(웅상신문)
디카시의 매력은 5행 이내의 짧은 시이지만 여백을 둠으로 5행이 6행 또는 7행 이상으로 늘어 날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위의 ‘부부’라는 디카시에서 영상 기호(사진)를 들여다보면 거리를 둔 두 앵무새 중 한 마리는 다른 한 마리를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서 시인은 아마 부부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고 문자 기호(글)를 전개하고 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가까이 보이는 새(아마 수컷으로 짐작)가 빨간 머리의 새에게 먼저 말을 걸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은근히 화해를 기다리고 있었던 빨간 머리의 새도 마지못한 척하며 다정한 대화를 나눌 것 같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신념이 부부에게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자명하다. 이 시는 비록 3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이지만 독자들은 4행(그래 내가 먼저 말을 걸자) 또는 5행(여보, 미안해...) 등을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이 시의 여백이다.
비유법이 없는 시는 살아있는 시라고 할 수 없다. ‘부부’라는 시에서는 의인법이 절묘하게 사용되어 시에 생명을 넣어주고 있다. 의인법이 없었다면 이 시가 독자들에 날아가서 안착할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 시에서 여백이란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말의 울림이 있는 부분을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침묵 속에 들려주는 말이라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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