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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8] 헝가리의 바다 발라툰호, 티하니 마을에 가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09.22 15:59 수정 2024.09.22 03:59

김서련 소설가

ⓒ 웅상뉴스(웅상신문)
라벤더 꽃향기와 역사가 어우러진
티하니 반도 1952년 지역 전체 역사지구로 지정
   
기차는 발라툰 호수 둘레길을 따라 달린다. 길이 77km, 넓은 곳의 너비 14km, 둘레 236km로 중앙 유럽에서 제일 큰 호수답게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빛. 내륙국가인 헝가리 사람들이 ‘헝가리의 바다’라고 부르는 그 이유를 알겠다.

강 건너편 마을이 아주 작게 보인다. 눈앞을 스쳐 가는 풍경도 매 순간 다르다. 별도의 안내 방송도 없어 기차가 서는 역을 보면서 일일이 역 이름 점검, 순서를 지워간다.

드디어, 발라툰트레드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 5번 플랫폼에서 티하니 마을 가는 버스를 탄다. 요금은 310포린트(Ft). 버스 맨 앞으로 자릴 옮긴다. 호수 따라 산길로 한참 가니 티하니 마을 팻말이 보인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강 선생한테 들은 마을 형태가 아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집도 별로 없고 한쪽은 호수다. 기사한테 여기가 티하니 마을이냐고, 내려도 되냐고 하니 뭐라 뭐라 한다.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여기가 아닌 것 같다. 일행에게 일단 더 가보자고 말한다. 정류장에 버스가 설 때마다 유심히 팻말을 살핀다.

자세히 보니 티하니 마을 밑에 뭐라고 이름이 적혀 있다. 아차, 싶었다. 무작정 티하니 마을에 왔지만 어디에서 내릴 것인지는 검색하지 않은 것이다. 티하니 마을이 이렇게 넓을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발라툰 호수 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반도 형태의 지역이 바로 티하니라고 해서 그냥 마을인 줄 알았다.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티하니 풍경은 하나같이 수려하다. 풍경이 뛰어난 호숫가에서 우리는 내릴까 말까 서로 의논하다가 좀 더 가보기로 한다. 버스가 호숫가를 벗어나 산으로 올라간다. 이러다가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역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슬쩍 걱정이 된다.

뭐, 그것도 괜찮지. 마을 전체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 타고 적당한 장소에 내리면 되겠지. 불안한 마음을 다독거린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티하니 마을 블로거를 검색한다. 티하니 여행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인포센터에 내려서 수도원을 둘러보고 운운하는 글을 보고 아, 이거다 싶어서 캡처한다.

버스 기사는 버스에 올라탄 친구인 듯한 남자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면서 백미러로 나를 흘끔거리면서 바라본다. 창밖을 연신 내다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내 행동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다. 마침내 버스 기사는 친구인 듯한 그 남자를 밀치고 내게 시선을 던진다. 이때다 싶은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인포센터 사진을 보여준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오케이.

버스 기사는 만면에 밝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운 좋게 다음 정거장이 바로 인포센터다. 오늘은 행운이 연달아 따른다. 부다페스트 Deil역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숙소 앞에 있고 소공원을 가로질러 찾아가는 역도 가깝고 기차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순조롭게 척척,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인포센터에서 내린 우리는 일단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굴라쉬와 와인이다.

여기서 굴라쉬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쇠고기와 양파, 양배추, 감자, 당근, 콩, 설탕 당근, 토마토 같은 야채류를 깍둑썰기해 캐러웨이, 파프리카 등의 향신료로 양념하여 끓인 헝가리식 수프 혹은 스튜인 굴라쉬.

사진만 보고 골랐는데도 맛이 정말 입에 딱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육개장, 아니 토마토 수프와 비슷한 맛이랄까.
헝가리 본토 발음은 ‘구야시’로 ‘구야’는 소떼, ‘구야시’는 목동을 의미한다. 즉 헝가리 시골에서 소나 양을 치던 사람들이 고기에다 여러 채소를 같이 넣고 푹 삶아 먹던 요리다. 가축이 죽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해 먹던 단조로운 캠핑 요리인 굴라쉬는 발전되어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고 지금은 유럽 다수의 국가에서 즐겨 먹는 요리가 되었다.

라벤더 꽃향기가 감도는 티하니 마을

ⓒ 웅상뉴스(웅상신문)
우리는 굴라쉬 맛에 감탄하면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슬슬 마을을 돌아보았다. 아담하고 소박한 마을이다. 지붕과 창문이 특이한, 예쁜 집은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면서 운치를 만들어 내고 곳곳에 라벤더꽃이 보인다. 보랏빛 라벤더 향기가 축축한 비와 함께 마을에 떠다니는 것 같다.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역사 또한 살아 있는 티하니 마을, 그냥 자연이 보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헝가리 베스프렘 주에 위치한 발라툰호 북부의 티하니 반도에 자리한 티하니 마을, 티하니 반도의 전체지역이 역사지구로 지정이 되어 있다.

청동기시대에서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티하니는 1952년 헝가리에서 처음으로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서기 1055년에 지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인 수도원이 있다. 그것은 1754년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축되었고 지금은 엔드레 1세 국왕의 시신이 묻혀있다. 또한 이곳은 오스크튀르크족 침략 당시 요새로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티하니의 메아리’라는 전설도 있다. 수도원에서 호반 절벽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귀를 기울이는 여자 동상이 나오고 이곳에서 외치는 말이 300m 이상 떨어진 수도원 벽에서 튕겨 나와 돌아온다는 전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에 금빛 털을 한 염소 떼를 가진 공주가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평소 너무나 거만했던 나머지, 발라툰 호수의 왕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왕의 저주로 그녀는 애지중지하던 염소 떼를 모두 잃고 자신은 행인들에게 평생 일일이 말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실제로 예전에 호숫가에 떠밀려 왔던 선사 시대 조개 파편들을, 이 지역 사람들은 이 공주가 잃은 염소 떼의 발톱이라고 믿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성당은 또 어떤가. 11세기 형가리 최초 헌법이 서명된 곳이자 동시에 헝가리 마지막 왕과 왕비가 왕권을 상실하기 전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이 아닌가.

우리는 호숫가 주변 마을까지 둘러본 뒤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떤다. 창문 너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따뜻한 커피는 마음과 마음을 데워준다.

오후 2시 52분이 버스 막차. 운 좋게 15분여 전에 도착한 우리는 정류장 바로 앞 가게에서 쇼핑, 누구는 라벤더 비누를 사고 누구는 뭐하고 나는 가게를 들락거리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렇게 마을 구경을 하고 무사히 역에 도착한 우리는 오후 5시 5분, 7시 5분 기차 중 아무거나 타기로 하고 다시 보트가 즐비한 호숫가까지 걸어간다.
Hajoallomas. 35분 정도 걸어간 호숫가의 풍경은 절경이다. 이 정도의 풍경이면 우리나라의 경우 카페나 식당이 즐비했을 텐데 여긴 호숫가를 따라 양쪽에 나무가 심겨 있고 사람들이 한가롭게 걷고 있다. 카페와 식당 거리가 조성된 것은 바로 그다음이다. 우리나라와 다르다.

여기서 저녁을 먹을 것이냐. 아니면 부다페스트의 뉴욕 카페에 갈 것이냐.
가자, 뉴욕 카페로….
모두 의기투합, 숙소 근처 뉴욕 카페에서 부다페스트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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