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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동행/ 내가 존재하는 이유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5.25 16:02 수정 2023.05.25 16:02

양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원 강영옥

↑↑ 양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원 강영옥
ⓒ 웅상뉴스(웅상신문)
비가 내리고 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는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내가 겪었던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도 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다. 그러한 경험이 있어서 내가 지금 존재한다.

저는 베트남 북쪽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19살 때 한국으로 시집간 사촌 언니가 베트남에 놀러왔습니다. 내가 믿고 좋아했던 언니의 소개로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한국에 온지 14년이 되었습니다. 두 명의 아들도 낳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시부모님과 만난 후 내가 선택한 길이 꽃길이 아닌 장애물이 많은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외국며느리라서 더 힘들었습니다. 문화, 언어, 육아가 베트남과 달라 갈등이 생겨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전적으로 어머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분가한 후에도 편하게 살 수만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강요와 명령안에 진행되었습니다.
 
어머님이 왜 그랬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시동생이 결혼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동서는 한국 사람이고 10년 넘게 간호사를 했기 때문에 어머님이 동서에게 하는 행동과 저에게 한 행동은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외국인, 돈 없고 일도 안 해서 무시를 받았습니다. 참 슬프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슬픈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먼저 한국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의사소통을 되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주변에는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친구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 정도 돈을 벌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으며 본국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꼬박 꼬박 보낼 수 있어 부러웠습니다.
 
여러 가지 갈등 속에 있는 저에게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아직 자식 도움 없이 잘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살아라. 돈도 좋지만 그보다 소중한 것이 많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제가 힘들 때 포기할까말까 갈등이 생겼을 때에는 항상 부모님의 말씀이 저에게 힘이 됩니다.
 
저는 능력이 있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사는데 한국말을 모른다면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도 잘되지 않습니다. 특히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문제에 대해 의논할 수 없으면 저에게 큰 상처가 되고,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한국말을 무조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국어 수업을 받으면서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행정인턴도 했습니다. 주부만 하다가 일하게 되니 정말 기쁘고 행복했었습니다. 처음으로 동영상을 만들고 ppt를 만들었을 때 새로운 세상을 느꼈습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줄 알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신기했고 제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인턴을 계속 할 수는 없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18년도에 대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행정인턴을 하면서 온라인으로 디지털대학교에 다니고 아이들도 돌봐야 해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청 미안했습니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방학 때 혼자 집에 나둘 수 없어 저희 사무실 앞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보내고 점심이 되면 둘이 밥을 먹고 애는 혼자서 버스 타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태권도를 갑니다.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 남편과 아이들의 아칩 밥을 차려주고 둘째를 유치원에 보낸 후 큰 애와 같이 출근을 합니다. 방학 내내 그랬습니다.
 
큰애가 무릎에 염증이 생겨서 입원을 했을 때 저와 아이들이 10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큰애는 제가 일하는 동안 혼자서 병원에 있었습니다. 8살 둘째아이가 엄마 없이 병원에서 혼자서 밥을 먹고, 책을 읽고 노는데도 저를 원망한 적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일해야 한다고 이해 해주고 씩씩합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사랑스럽습니다. 하늘에서도 저를 사랑해주셔서 저에게 천사처럼 생긴 두 아들과 든든한 남편을 제 옆에 보내 주신 것 같습니다.
 
4년 전에 드디어 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입사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법을 좋아하여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현재 제가 하는 일은 변호사가 아니지만 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일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하루 8시간 동안 일을 해도 지겹지 않습니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돈도 벌 수 있어 좋습니다. 최저임금만 받지만 일한 만큼 받으니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제 능력으로 아이들의 학비, 제 보험, 부모님의 용돈, 가끔씩 남편이 힘들 때 도와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제는 제가 잊어버렸던 제 꿈, 제가 사는 이유 찾게 되었습니다. 시부모님에게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대학도 졸업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졸업을 했지만 그래도 제가 해냈습니다. 상상하지도 못 했던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행복하기 위해,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제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알게 되었습니다. 비가 온 후에 무지개가 오듯 노력하면 좋은 일도 옵니다. 제가 해냈으니 다른 분들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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