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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동행/어머니의 사랑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5.24 08:00 수정 2023.05.24 08:00

베트남결혼이주여성 진수현

베트남결혼이주여성 진수현
안녕하세요? 베트남이 고향인 결혼이주여성 진수현입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6살 때 친정 어머니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자신 있게 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저에게는 멋진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남편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항상 묵묵히 기도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항상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했습니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이 생기면 “왜 그럴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나라면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2013년, 28살 때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고 2014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8년 동안 시어머니와 시동생하고 같이 살았습니다. 시댁식구들은 성격이 좋고, 친절하시며, 개방적인 분들이십니다. 하지만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한국문화도 익숙지 않았을 때 갈등도 있었습니다. 의사소통 및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 둘이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시어머니가 아이가 교사로부터 폭력을 받을 것이 걱정이 된다고 못 보내게 했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를 유치원에 30개월이 훨씬 넘어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사)희망웅상에 다니고 싶은데 시어머니가 “내 손자 힘들다. 너 혼자 갔다 와. 나는 아이를 돌볼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엄마를 계속 찾았습니다. 시어머니와 있을 때 자꾸 울며 업어 달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업어주시는데 나이가 있으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상 미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쉴 수 있게 저는 아이를 데리고 센터에 가서 한글을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많이 화를 내시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봤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시댁식구들과도 불편한 시간이 여전합니다.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저는 남편에게 참 미안합니다. 남편은 효자고 좋은 남편인데 남편의 힘든 점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항상 최선의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남편을 사랑하기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자주 편찮으십니다. 시어머니께서 “내 손자 손녀를 떠나면 못 살겠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시동생과 시누이도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왔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갑니다. 그리고 안부도 묻고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볼 때 많이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예.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친정엄마처럼 대하기로 했습니다. 힘들 때 투정도 부리고 아이들을 맡깁니다. 어머니도 좋아하십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많은 갈등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의 아들, 딸이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했는데 이제 저에게도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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