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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27) 몽골여행5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5.04 12:33 수정 2023.05.04 12:33

강명숙 시인

↑↑ 고비(GOBI) 지역
ⓒ 웅상뉴스(웅상신문)
모래폭풍이 몰고 온 이상기후 속에서 몽골 여행의 첫 밤을 잤다. 오리털 침낭 속이었지만, 한낮의 섭씨 26도 정도 되던 기온이 밤엔 섭씨 5도로 떨어졌다. 일교차가 20도가 넘었다. 낮은 봄이고 밤은 겨울인 6월의 몽골 기온이다. 후스테인 국립공원 구역 내였지만 풀밭 위 텐트 속에서 한뎃잠은 노숙인이나 다름없는 잠자리였다. 

몽골 여행에서는 밤하늘 별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초원의 밤공기는 마치 한겨울인 듯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아마도 낮의 모래폭풍 때문일 것이리라 생각했다. 별을 보려면 텐트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망설이다 침낭 속에 누운 채 텐트 밖으로 머리만 겨우 내밀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떤 말로 표현이 될 수 있을까. 숨이 멎는 듯하였다. 찬란하다는 느낌보다는 신비한 밤하늘이었다. 대지는 깊은 어둠에 묻혀있고 하늘도 흑암인데 오로지 존재감을 드러내어 빛나고 있는 것은 별들뿐이다. 은하수가 흐르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간간이 별똥별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까마득히 멀리 있던 기억들이 소환되어왔다. 내 유년의 밤하늘에도 별똥별이 살았다. 여름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마주하고 있을 때면 별똥별이 저렇듯 떨어져 내리곤 했다. 그 많던 별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 웅상뉴스(웅상신문)
초원 첫 밤을 지나고 방랑자의 짐을 챙겨 구소련제 차량 자릉유스에 올랐다. 예정대로라면 고비(GOBI)사막에 가야 한다. 그런데 어제의 모래폭풍 영향으로 고비사막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일정을 바꾸어야 했다. 고비(GOBI)가 지역명인 줄 알고 있었더니 그게 아니라 했다. ‘GOBI’는 척박하고 물이 적은 열악한 땅을 통틀어 고비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몽골에는 고비라고 불리는 곳이 많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비사막으로 일컫는 곳이 중국의 내몽골과 접해 있으며 고비 중 그 면적이 제일 크다 한다. 고비의 제대로 된 이름은 으문고비(Umuugobi)라 했다. 으문고비 아이막(우리나라의 道)에 있는 사막을 우리는 GOBI 사막이라 하는 것이다.

으문고비 사막에 대한 미련을 못 떨치고 있는 일행에게 가이드를 맡으신 부총장님이 으문고비 형태와 흡사한 곳이 있다며 안내를 했다. 사막에는 두 가지 형태의 사막이 있다 한다. 사하라(Sahara) 사막처럼 돌 없이 모래로만 형성되어 砂漠 불리는 곳이 있고, 몽골같이 물이 적은 땅이라 하여 불리는 沙漠이 있다. 몽골의 사막은 모래땅과 스탭 지형이 함께 하는 사막이라 한다.

광활한 으문고비를 꿈꾸다 기후 이상으로 좌절하고 GOBI 닮은 가자르(za3ap/곳) 엘승 타사르헤(Elsen Tasarhai)를 찾았다. 작은 사막이라 하였지만, 모래밭이라고는 강변이나 바다 해안의 모래사장만 봐 왔던 사람에겐 엘승 타사르헤의 모래 광야도 광활해 보이기만 했다. 그곳에서 척박한 땅에도 오로지 끈질긴 목숨으로 살아 잎을 내고 꽃도 피운 야생화들을 만나면서 들꽃의 위대함 앞에 환경을 탓하고 불만과 변명이 잦은 인간이 오히려 작게 느껴졌다. 맨발로 모래를 밟아 걷기를 하며 으문고비의 아쉬움을 달랬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작은 사막 투어를 마치고 자릉유스에 올라 다음 여행지로 향해 가기 위해 하르잠(포장도로)을 달리는데 갑자기 일행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티메~ 티메~~!!!’ 쌍봉낙타 무리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오래전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이 두고 간 낙타들이 야생에서 번식해 이렇게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낙타의 눈에는 바다가 있다고 한다. 일생을 사막에서 사는 낙타의 크고 깊은 눈을 보며, 평생 바다를 만나기 어려운 내륙에 사는 그들이 바다를 향한 막연한 그리움의 감성으로 낙타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닌지.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다음 여행지를 향해 우린 자릉유스에 몸을 실었다.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나간다/ 낙타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 지는 이미 오래다/ 별똥은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저리도 황급히 사라지고/ 낙타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평생을 무릎조차 펴지 못하는가/ 다시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구 밖으로 떨어진다/ 위경련을 일으키며 멀리 녹두꽃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맡에 비수 한 자루 두고 잠이 드는 사막의 밤/ 초승달이 고개를 숙이고 시퍼렇게 칼을 갈고 앉아 있다/ 인생은 때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 너의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다.    정호승 詩 [마음의 사막] 전문

↑↑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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