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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주 칼럼

최고의 가치 - 가정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5.04 12:09 수정 2023.05.04 12:09

원암 장 영 주
국학원 상임고문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5일 가정의 날이자 스승의 날, 20일 세계인의 날, 21일 부부의 날, 31일 바다의 날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 이어진다. 가정은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공간을 뜻하는 ‘정’을 합한 말로 친밀한 이들이 어우러져 사는 인적, 공간적 관계를 말한다. 패밀리와 하우스가 어우러져 홈이 된 것과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은 가장 안락한 휴식처요, 가장 행복한 배움터요, 사랑을 익히는 핵심적인 최소의 단위가 된다.

가정은 우리말로 ‘집’이다. 집은 ‘구멍’을 어원으로 하는 원시단어로 가족은 ‘집’이라는 같은 구멍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성장에 따라 누구나 ‘다섯 개의 집’을 지니고 살아간다. 작게는 내 마음이 사는 ‘내 몸집’으로부터 내 식구들의 집인 ‘가정’, 나라의 집인 ‘국가’, 모두의 집인 ‘사해일가’의 지구가 없는 ‘허공 집’인 우주(宇宙)가 있다. 다섯 개의 집중에서 정 중앙의 집이 국가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가수반이 정상회담을 마쳤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미국대통령의 집인 ‘백악관’에서 돈 맥클린의 ‘아메리카 파이’를 영어로 불러 큰 감흥을 주었다. 미국 상하의원의 집인 ‘미 의회’에서 43분간 역시 영어로 연설을 하였다. 연설 중 56번의 박수를 받고 그중 23번은 기립 박수를 받았으니 2분에 한번 꼴이다. 미국인의 핵심가치인 자유를 35번 언급한 연설이 끝난 뒤 우리 대통령의 사인을 받으려는 미 의원들이 에워싸고 줄서서 기다리는 등, 지구촌의 빅뉴스가 되었다. 어찌 되었던 국가의 국격이 높이 고양 되었다. 국내에서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 29일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의거일이 정중하게 모셔졌다. 경남 진주시에서 제 22회째 논개제가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까지 개최된다. 모두 더 큰 ‘우리 집, 국가’를 살리기 위해 작은 ’나의 몸집’을 버리신 분들을 기리는 날들이다.

각각의 집의 가치를 아름답게 하는 생활지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부모로 부터 태어난 어린이는 가르침과 수행으로 내 몸집을 닦고, 어른이 되어서는 가정을 올바르게 제도하고, 더욱 자라서는 나라를 다스리고, 어르신이 되어서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인격체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나라를 ’다스린다.‘함은 ‘다 살린다.’란 뜻이며 ‘평천하’는 하늘아래 땅에 깃든 모든 존재를 평화롭게 한다는 밝고 드넓은 의미이다.

누구나 아버님, 어머님의 알에서 태어난다. 부모의 ‘알’이 얼러서 태어난 생명의 본질이 ‘얼’로써 얼은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어린이는 ‘얼이 여린 이’이고, 어른은 ‘얼이 너른 이’이며, 어르신은 ‘얼이 신처럼 밝은이’를 칭한다. 몸집에 깃든 어울림이 넓고, 크고, 밝아져서 마침내 신과 같은 존재로 진화해야 한다는 겨레의 성장드라마이다. ‘얼’은 외국어로는 번역이 어려운 한민족만의 정체성이 듬뿍 서린 말로 ‘조화로운 어울림’을 뜻한다. ‘알’이 ‘얼’로 영글어 마침내 모두를 지키는 ‘울’이 되니 ‘알, 얼, 울’로 확대되는 생명좌표가 이미 우리 뇌와 핏줄 속에 입력되어 있다. 나와 가정을 가꾸는 지극한 효심은 국가를 보호하는 충심으로 일관하여 진화한다. 충심이 지극하여 넘치면 국경과 사상을 넘어 인류 모두를 살리는 도심으로 승화된다. 우리의 근본철학은 ‘효충도(孝忠道)’ 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몸집이라는 하드웨어에 오롯이 담아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인격체로 완성함에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선조들이 밝혀주신 마음과 몸의 가치는 ‘도덕적 구호’보다는 존망의 기로에 선 인류를 구하는 ‘생존과학’에 가깝다.

지금으로부터 4346년 전, 이 같은 뜻으로 제 1대 단군 왕검께서는 ‘단군 팔조교’라는 칙서를 내려 ‘옛 조선’ 개국의 건극으로 삼으셨다. 제 1조와 제2조는 하늘의 진면목을 말씀하신다. 다음은 부부사랑과 자녀에 대한 훈육과 사회에 대한 마땅히 할 바를 알려주신다. 특히 제3조는 부모님에 대한 가르침을 깊고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신다.

“너희가 태어남은 오로지 부모님으로부터 연유하였으며, 부모님은 하늘에서 강림하셨도다. 오로지 부모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 하나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며, 이것이 나라에까지 미치니 충성과 효도이다. 이 도(道)로써 부지런히 힘써 정도를 이룬다면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반드시 먼저 벗어나리라.” 이처럼 선조들께서는 효심, 충심, 도심을 관통하여 가르쳐 주고 계신다. 지금도 쓰여 지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 속담의 원형이기도 하다. 마지막 제8조는 이러한 가르침을 땅 끝까지 전하라고 명하신다. 이 철학적 가르침들이 세상을 진화시켜 갈 한국인의 가치와 힘의 원천이다.

BTX와 블랙핑크와 K-드라마가 지구촌을 풍미했고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우리의 진면목을 미국의회를 통해 국제정치무대에 소개하였다. 드디어 K-철학이 출현한 것이다. 우리 철학에서 파생된 ‘얼’의 진화와 인간완성을 향한 절절하고 거룩한 소망은 21세기 지구촌 ‘최고의 밈(meme)’이 될 것이다. 한민족의 철학과 문화는 ‘한류의 정상이자 종착점’이 되어 지구인을 일깨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대한민국 국민 각자가 효충도심으로 진화를 이룬 어르신이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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