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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동식 칼럼

혼돈의 시기를 극복한 4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배우는 리더십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4.16 17:39 수정 2023.04.16 17:39

변화혁신 아카데미 하동식 원장

ⓒ 웅상뉴스(웅상신문)
도리스 컨스 굿윈의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은 미국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위대한 대통령이자 탁월한 리더였던 변혁적 리더십의 에이브러햄 링컨, 위기관리 리더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희생 리더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비전 리더십의 린든 존슨을 모델로 소개하고 그들의 인생과 살아온 발자취 그리고 리더십의 과정을 여성의 특유한 섬세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인 도리스 컨스 굿윈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의 회고록 작성을 도왔다. 하버드대에서 10년간 미국 대통령의 통치를 가르쳤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그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의 삶을 다룬 으로 역사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5년도에 출간한 <권력의 조건>은 아마존, 뉴욕 타임스 4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선정되었으며 링컨 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책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링컨>을 제작하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각 구성시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반대파인 힐러리를 장관으로 발탁하였다. 그녀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커룸에 들어간 첫 여성 스포츠 저널리스트란 이색적 경력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대통령 인물 뿐 아니라 라이벌과의 대결구도, 대세와 판세의 진전과 역전을 긴박하게 서술,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든 시대 상황에 통하는 전지전능한 리더십은 없다. 이들 4명 대통령은 성격도, 리더십 스타일도 확연히 달랐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도 통하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국민과 소통하였으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했다.
4명의 대통령 모두 언변이 유창했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기질면에서 친화력을 타고난 링컨과 플랭클린 루스벨트, 사교성과 말주변이 부족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존슨 같은 인물도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리더의 강점은 국민과의 결속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름대로 국민과의 쌍방향 통로를 열고,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링컨은 하루 종일 집무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국민들의 탄원을 듣기 위해 서너 시간을 할애했다. 참전 군인들에게 다수의 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한 이유도 병사들을 직접 만나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설득하였기에 가능했다. 1902년의 탄광 파업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노동자 계급에서 확산된 저항 분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미 역사상 가장 재앙적인 파업이었지만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력으로 평화롭게 해결되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국민의 대리인으로 역할하며 민간 영역으로 여겨지던 노동과 자본 간의 분쟁을 공익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12년 집권하는 동안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민의를 파악하고 고통을 알기위해 945회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린든 존슨은 자신의 정치적 성공과 유익만을 위해 산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열정을 쏟았으며 자신의 소명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하는 시민권법을 강행하고,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한 것도 당파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담대한 야망을 가졌다.
야망하면 권력욕을 연상해 거부감부터 가지기 쉽다. 리더십 없는 권력은 가능하지만 권력 없는 리더십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비전 실현을 위한 담대한 야망은 추진력을 달아준다. 링컨은 남부 사람들이 주로 정착한 일리노이주에서 지지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노예제도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자신의 비전을 지키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인기만을 추구하는 포퓰리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30대 초반에 링컨에게 다가온 좌절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평생 정신병자로 추락하기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는 기본적인 욕망이 그의 삶을 늪에서 구해냈고 일리노이주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치적 야망도 되살아났다. 담대한 야망은 이쪽저쪽 눈치 보며 판세를 관망하기보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 리스크 테이킹을 하더라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

많은 특권을 누리던 청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정치세계로 끌어들인 요인도 야망이었으며, 그기에 근면과 끈기로 평범한 자질을 특별한 수준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에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28세에 리더십 자질을 입증하였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당시까지도 변호사 직업 이외에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주의원 출마를 제안 받으면서 숨어있던 정치적 야망이 밖으로 표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현실에 안주하는 듯한 겉모습 뒤에는 협소한 세계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이, 모험에 대한 갈망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린든 존슨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달리 유복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이익보다 사람을 대변하던 진보적 주의원인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도 정치적 야망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셋째,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리더의 탁월함이 오히려 독소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역량이 뛰어나면 완벽주의자로서 독단을 하고, 도덕성이 뛰어나면 결벽증에 걸려 독선적이 되기 쉽다. 내 편으로만 자리를 채워 줄을 세우고, 세를 불리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야합이다. 링컨은 대통령 당선 후 보수파를 대표하는 윌리엄 헨리 슈어드와 급진파의 새먼 체이스를 입각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공식적 조언자로 삼았다.
링컨이 변호사 시절 때부터 그를 애송이 시골뜨기라고 모욕하며 놀려댔던 에드윈 스탠튼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링컨에게 깡마르고 무식한 사람이라고 자주 비난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예 국가적 재앙이라며 가장 많은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링컨은 많은 참모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탠튼이 군대를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링컨의 판단은 옳았고, 스탠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시 국방장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1865년 4월, 링컨의 암살 때 가장 많이 울고 슬퍼했던 사람이 놀랍게도 에드윈 스탠튼 국방장관이었다.

금수저 집안 출신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청‧장년기에 로켓처럼 치솟아 올랐다가 막대기처럼 곤두박질 쳐진 것은 도덕적 결벽성 때문이었다. 그는 여기서 좌절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취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주 의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시어도어 루스벨트처럼 오만함으로 몰락의 길로 치달았다.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타협과 포용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였으며, 다른 파벌과 함께 일하며 타협하고 포용하는 접근법을 배워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백악관 속 야당으로 톡톡히 반대자 역할을 했으며, 그의 비서인 루이스 하우는 쓴소리를 일삼아 별명이 '미스터 노맨(Noman)'일 정도였다. 

존슨 대통령은 “원수는 텐트 밖에 두는 것보다 안에 두는 게 더 낫다”고 말하곤 했다. 혼돈기에 필요한 것은 뺄셈이 아닌 덧셈의 리더십이다.항상 이전 시대는 적폐 청산과 타도 대상으로만 치부되었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 이와 같은 4명의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리더십과 통찰력을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의 역사도 단절과 청산이 아닌 전승과 축적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런 리더의 탄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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