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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웅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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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사이에서 회색은 어중간하면서도 안정된 색이다. 완전한 어둠도 밝음도 아니다.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차가운 색도 따뜻한 색도 아니다.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모호한 색이다. 선과 악을 가진 동시에, 여러 방면에서 입체적인 인간을 색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색은 회색이 아닐까?
꽃에게 심장과도 같은 뿌리가 절단된 절화는 의아하게도 물속에서 꽤 오래 살 수 있다. 구근식물 같은 경우 식물을 잘라내도 그 식물이 꽃피우는 계절에 맞춰 다시 자라나 꽃을 피우기도 한다.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절화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탯줄이 끊긴 아이에서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든 인간의 일생과 흡사하다. 뿌리가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물속에 담겨진 동안 줄기에서 뻗어 나온 절화의 꽃봉오리들은 피어나기도 하고 만개한 꽃들이 시들기도 한다. 살아가는 동안 화려한 색을 뽐내며 바쁘게 살아가는 꽃과 인간의 일생은 본질적으로 회색과 부합된다.
먹으로 그려진 꽃들은 무채색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인 회색을 입은 꽃들이면서 인간의 모습이다. 진회색의 동그란 알맹이인 염주는 지혜를 뜻하고 알과 알 사이는 번뇌의 단절, 줄은 자비심을 뜻한다. 인간을 나타낸 꽃을 감싼 동그란 알맹이들은 인간 몸속에 있는 DNA이면서 번뇌로 가득한 인간을 감싸 안아주는 단단함과 유연성을 가진 개개인이 지닌 행성들의 궤도이다. DNA, 행성 모두 인간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것과 거대한 것이지만 인간의 몸속에, 인간과 먼 곳에 분명 존재하는 것들로 작가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물질성을 가진 염주알에 투영 시키고 꽃의 곁에 그려 넣었다.
여정 작품전 <花·念> 전시 안내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송천)에서는 <花·念>을 오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제2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2016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거의 최초에 가까운 전시’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작가 여정은 지난해 ‘ON 2022 신진작가전’까지 총 9번의 전시전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전은 ‘회색’이라는 색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양화를 전공으로 한 여정 작가는 2016년 ‘거의 최초에 가까운 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올해 개최되는 여정 작가의 <花·念>에서는 ‘회색’이라는 색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통도사성보박물관 2층 제2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과 신도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전 시 명 : <花·念>
● 전시일정 : 2023년 3월 25일(토) ~ 2023년 4월 9일(일)
● 전시장소 : 통도사성보박물관 2층 제2기획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