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핀에서 온 이혜윤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과 결혼하여 한국에 온 지 17년 됐습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7살, 13살인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큰딸은 태어나자마자 아토피를 앓았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팔, 다리의 아토피가 지금은 온몸과 얼굴을 괴물처럼 덮쳐 버렸습니다. 아기 때부터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매일 먹으며 아토피와 지겹도록 싸웠습니다. 아토피와 싸웠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저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왜 하필 우리 딸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임신했을 때 내가 잘못 먹은 것은 없나? 하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아토피 전문병원을 소개받았고 병원에 가는 날이 되자 저와 딸은 아토피가 낳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고등학생인 딸이 성장할 시기를 지나고 와서 치료가 오래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일찍 병원을 왔더라면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 기회를 놓친 제가 정말 미웠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학업에 집중해야 할 딸은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닥의 희망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처방받았던 모든 약들이 딸의 아토피를 더 악화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저는 저의 무지를 탓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들어가는 약은 일시적으로 아토피를 가라앉혀줄 뿐 오랫동안 사용하면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긴답니다. 생각해 보니 저희 딸도 어렸을 때부터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현재 다니는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 없이 면역력을 강하게 하여 죽었던 피부가 새 피부로 돌아오도록 한답니다. 그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딸은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았습니다. 저는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끊어서 가려움증은 심해지고 숨었던 아토피는 딸의 온몸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진물이 많이 나옵니다. 밤에는 무의식적으로 긁어 상처와 피가 나기 때문에 벙어리장갑을 끼고 잡니다. 항상 밝고 웃던 딸의 얼굴은 어두워만 갑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피부를 만지며 자신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밖에 나갈 때는 피부가 안 보이도록 검정 긴소매, 긴바지 그리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갑니다. 방학이 끝나면 학교를 가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답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딸은 다른 친구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와 피자 등을 먹는 것이 소원입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반소매 반바지를 입고 나가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고, 하루라도 긁지 않고 잠자기가 소원입니다.
저는 기도합니다. 하루빨리 “엄마 나 예뻐”하며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딸이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집니다. 힘들 때, 외로울 때, 슬플 때 제일 힘이 되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치료비 부담과 딸의 아픔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 딸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