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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길을 떠나다(17) 청풍명월2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6.20 11:56 수정 2022.06.20 11:56

강명숙 시인

↑↑ 만천하스카이워크
ⓒ 웅상뉴스(웅상신문)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을 찾는 이라면 거의 들렀다 가는 듯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기 위해서 매표소 승강장에서 모노레일로 이동해야 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노레일 안전 점검하느라 임시휴장이어서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만천하스카이워크에는 모노레일 외에도 집와이어, 알파인코스터, 슬라이더 등 즐길만한 것들이 많았다. ‘하늘 위를 걷는 짜릿함’을 즐긴 스카이워크 다음의 여행지는 이끼 터널과 도담삼봉이다. 이끼 터널, 이제는 전설로 남은 단양 똬리 터널을 빠져나온 중앙선 기차가 다니던 철로의 터널 중 한 곳이다. 남한강 벼랑을 달리던 중앙선 열차가 새로 놓인 선로를 이용하게 되면서 몇 개의 터널이 관광을 겸한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끼 터널은 주변에 선 나무들로 인해 일조량이 적은 탓에 푸르게 이끼를 덮고 있다 해서 이끼 터널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듯했다. 그리고 이끼 터널 옆 수양개 빛 터널이 있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여기는 그냥 지나쳤다. 이끼 터널과 이어진 애곡 터널, 천주 터널도 역시 도로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 터널은 내부가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 단양 제1경 도담삼봉

↑↑ 단양 제1경 도담삼봉
ⓒ 웅상뉴스(웅상신문)
단양팔경 중 1경이자 국내 명승지 중 하나이기도 한 도담삼봉은 남한강의 물에 우뚝 솟은 기이한 바위 셋이다. 가운데 솟은 장군바위가 그 양옆에 아들 바위 딸 바위(처 바위 첩 바위로도 불림)를 거느리고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해 버린 이곳이 오래전에는 수려한 경관을 즐기려는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다. 그리고 조선 건국의 중추 역할을 했던 정도전 또한 도담삼봉을 사랑해 그의 호(號)를 ‘삼봉(三峯)’이라 하였다고 한다. 아름답고 기이한 바위에 설화 하나쯤이 없겠는가. 도담삼봉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적어본다.

도담삼봉은 강원도 정선군 삼봉산이 홍수에 떠내려와 지금의 남한강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정선군에서 단양군에 세금을 내라고 하여 단양에서는 정선군에 세금을 내었다 한다. 그 일로 단양군이 머리를 썩히자 한 소년이 ‘우리가 삼봉을 오라고 한 것이 아니다. 삼봉으로 인해 물길을 막혀 오히려 피해가 생기니 정선군에서 도로 가져가라.’ 하고 난 그 후부터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차던 소년이 삼봉 정도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현재 만나는 도담삼봉은 충주댐 건설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오래전 처음 보았던 도담삼봉은 삼봉 아래 모래톱이 있었고 그 모래를 밟고 걸어 도담삼봉 바위를 오를 수있었다. 장군봉에 자리한 정자도 지금의 육각정이 아닌, 우리 고유의 모습을 한 팔작지붕의 정자였다. 그리고 중간 장군봉과 북쪽 아들 봉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남쪽의 딸 봉은 거리가 가까워 거의 붙어 있었다. 수몰로 인해 그 모습이 변해 옛 도담삼봉은 기억에만 남았다. 어쩔 수 없는 개발 앞에 옛 정취들이 사라져 그저 아쉽다.

- 석 문
↑↑ 석문
ⓒ 웅상뉴스(웅상신문)
도담삼봉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를 탔다. 모터보트는 남한강 수면 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쾌속 질주를 했다. 환호와 함께 시원한 강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그 질주를 즐겼다. 도담삼봉에서 물길을 거슬러 나르듯 달리는 모터보트 왼쪽으로 단양팔경의 하나인 석문이 보인다. 단양 석문은 자연이 빚어낸 다리이다. 오래전 단양을 처음 찾았을 때 그때는 석문을 오르려면 비탈을 기어오르듯 하였는데, 지금은 나무계단이 있어 안전하게 오르게 되어 있다. 석문에 올라 석문을 통해 내려다보는 남한강 풍경이 일품인 곳인데 오늘은 석문 역시 시간 여유가 없어 오르지 못하고 만다. 단양 석문은 까마득히 먼 옛날 석회동굴이 무너져 내릴 때 그 일부가 남아 지금의 석문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단양 석문의 규모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석문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자리를 찾아 청풍리조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캠버스에 담은 도담삼봉
ⓒ 웅상뉴스(웅상신문)
도담삼봉에 서서 삼봉 정도전의 시 한수를 읽어 본다.

訪金居士野居(방김거사야거)/김거사의 시골 집을 찾아가며 - 삼봉 정도전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가을 구름 아득하고 온 산이 적막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 잎은 소리 없이 떨어져 온 땅이 붉게 물들었네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다리에서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 찾자니
不知身在畫圖中[부지신재화도중] 몰랐어라 이 몸이 그림 속에 든 줄을.


↑↑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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