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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에 걸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나 두 번 다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거침없이 행동하는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이야기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서술되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실존 인물로 작가는 이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소설의 서두는 젊은 지식인 ‘나’가 카페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가 60대 노인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책벌레'라는 조롱을 받은 후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하여 크레타 섬의 폐광을 빌린 "나"에게 조르바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나"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서 함께한 생활이 펼쳐진다.
조르바는 먹고 살기가 고될 때는 산투리를 연주하며 여인숙을 돌아다니는 자유인이다. 스무 살 때 올림푸스 산기슭에서 들려오는 산투리 소리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자다가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혼하려고 꼬불쳐 준 돈을 몽땅 털어 산투리를 사고 월사금이 낼 돈이 없어 일 년간 일해주면서 사투리를 배운다.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라고 누가 묻자 그는 말한다. “아직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 이 책에서 조르바가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자유롭다. ‘지금 네가 추구하는 내용이 도대체 무엇이냐? 너는 자유롭냐?’ 라는 질문을 이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카잔차키스의 인생과 작품의 핵심에 있는 개념이자 그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인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작가는 실제 인물인 조르바와 겪은 체험담을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육체와 영혼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전율이다.
조르바와 함께 밤새도록 동네 사람들과 춤추고 놀다가 새벽에 돌아온 주인공은 혼자 바닷가를 산책하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좋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 성탄절 잔치에 들러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 것... 그러다 문득,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김서련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