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의 협궤열차를 배경으로 쓴 윤후명 소설 『협궤열차』. 1992년 출간되었던 동명의 소설을 이번에 다시 복간했다. 일제의 식민 지배 정책에 따라 부설되었다가 1995년까지 안산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었던 수인선 협궤열차. 이 소설은 신흥도시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난 시대의 유물인 협궤열차로 대변하고 있다.
두 량짜리 수인선 협궤열차의 노선을 따라가면 그동안의 삶이 묻어 있는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협궤열차는 아득히 멀리 사라져가는 슬픈 형상으로 쓸쓸함과 황량함이 가득한 공간을 지나 다녔다. 작가는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을 무대로 아련한 옛 사랑과의 재회와 그에 얽힌 추억, 인간 본연의 쓸쓸함을 몽환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윤후명 작가는 오랜 세월 문학수업을 해 온 스승이다. 맨 처음 문학 수업을 받을 때 협궤열차를 읽어보고 물밀들이 밀려오는 감동에 한참 가슴을 부여 잡았다.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책이 복간되어 기뻤다. 물론 당장 사서 읽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십수 년 동안 열차를 타고 다녔지만 협궤열차를 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협궤열차는 소설을 읽고 머릿속에서 상상할 뿐이다. 그러니까 '협궤 열차'는 머릿속으로 그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읽었다. 독특하고 느낌이 새롭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협궤열차란 '일제시대 식민지 지배 정책에 따라 부설되었다 1995년까지 안산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었다는 수인선 협궤열차'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게 '최근 수원과 인천을 잇는 복선 전철 사업이 시행'되면서 다시금 알려지게 되었다고. 이 작품 또한 새로운 작품이 아니다. 익히 저자는 안산에서 산 적이 있었고 아마도 그때의 협궤열차를 배경으로 이 작품을 썼지 싶다. 시인이기도 해서 그런지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문체가 풀어내는 이야기엔 추억이 꽤 많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열차를 타고 갈 때 창밖으로 바라봤던 풍경을 보듯, 그렇게 흘러가는 듯한 문체. 책의 처음에는 '류' 그녀 이야기를 '내'가 서술하고 있었다. 불면증이라고 하는 그녀는 '나'의 그림을 탐내기도 하고, 그녀와의 대화와 생각들이 담담한 듯 때로는 독특하게 서술된다. 그리고 세번째 찾아온 그녀가 꺼낸 '협궤열차를 타자'는 제안에 그는 그녀의 청에 마지못해 나간다는 듯한 몸짓으로 함께 나가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손해보는 짓을 하지 않겠다고 감정을 저울질하며 살아온 것에 대해 때때로 역겨워진다고 표현한다. 그런 '나'에게 있어 그 협궤열차는 딸아이와의 추억이 담겨 있기도 했고, 고잔역을 혼자 지키고 있는 역장님과는 술친구며, 경적소리, 바퀴소리, 수해 스님을 배웅했던 여섯시 반의 새벽 열차 등으로 기억된다고.
그리고 '나'는 우상같은 그녀 류와 함께 협궤열차를 기다린다.
협궤열차를 떠올리며 읽은 소설은 한 마디로 독특했다. 그림을 그리듯 사물을 읽어내고 상황을 묘사한 부분은 생동감이 넘친다.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 쓸쓸함과 허무함, 고독, 사랑, 인생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한 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는 인간은 고독해질 필요가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쓸쓸한 사랑은 어딜 있을까.
/김서련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