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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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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죽음의 수수께끼에 이렇게 근접했던 적은 없었다. 바그너는 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보기 드문, 재능 있는 작가다. 추리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죽음에 대한 환상적인 노래, 가슴이 저릴 만큼 긴장되는 이야기 등 찬사를 받고 있는 핀란드의 오로라 같은 환상적인 스릴러 <차가운 달>
연쇄살인범을 잡으려는 형사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이 소설은 유럽의 주목받는 추리소설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발표하는 소설마다 “추리소설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찬사와 함께 “현대 독일문학이 발견한 젊은 작가 중 가장 놀라운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잡으려는 형사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다. 형사 킴모는 병으로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진다. 자살할 결심까지 하지만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던 중 난탈리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킴모는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과 슬픔을 지우기 위해 살인사건과 살인범에 점점 집착한다. 투오마스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킴모는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사건 현장을 찾아가고,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면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살인사건 수사에 매달리다 보면 산나의 죽음을 잊을 수 있고, 계속 살아갈 명분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인사건에 매달리고 있어도 불안은 킴모의 영혼을 놓아주지 않는다. 살인범을 쫓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살인범이 잡히기를 바라지 않는 이중적인 자신을 보면서 킴모는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날수록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신경쇠약 직전에 이르게 된다.
아내를 잊지 못한 킴모는 살인사건보다 피해자의 가족, 남편이나 애인 혹은 친구들에게 집착하게 된다. 킴모는 갑작스런 죽음 앞에 놓인 그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족과 주변인물이 아닌 낯선 이들에게 아내의 죽음과 그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 자신의 ‘상처’를 알리고,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남은 인생의 원동력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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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 소설은 죽음을 통해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관계, 살인범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하는 이유에 주력하는 기존 추리소설과 다르다. 킴모를 비롯한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이 ’죽음‘이란 커다란 사건이 주는 상실감으로 인해 기억 그리움에 빠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이처럼 <차가운 달>은 추리소설로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서늘한 공포로 와 닿는 문장 속에는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숨어 있다. /김서련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