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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잊고 있었던 '경제의 원형'을 찾아서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10.18 13:30 수정 2012.10.18 01:30

이 책의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2004년 여름, 파산한 영국 유리 회사 직원 400명에게 해고 통보했다.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회의가 밀려왔다. 몸서리쳤다. '나는 이러려고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고!" 속으로 외쳤다. 대형 회계법인의 잘나가던 억대 연봉자였던 그의 임무는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정리해 최대한 비싸게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몇 년 동안 헌신했는지, 가족들이 몇 명인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 그는 전통 시장을 찾아 모험에 나섰다. 전통 시장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인류 경제활동의 원형이다. 살벌한 기업 시장과 다른 뭔가를 그곳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다.

ⓒ 웅상뉴스
손에 든 것은 집을 팔아 마련한 2만5000파운드(약 5000만 원)가 전부였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6개월 동안 15개 나라를 돌며 낙타에서 커피·와인·말·서핑보드·옥·생선·목재 등 11개 품목을 사고팔았다. 하나같이 그가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잘 모르는 물건들이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차지한다.

첫 도착지 모로코에서는 카펫을 팔았다. 모로코에서는 모두가 카펫 전문가다. 시장에서는 어떤 상품에도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다. 가격을 물으면 상인들은 자신이 치른 값의 최소 열 배를 불렀다. 펄쩍 뛴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려면 한참 승강이를 벌여야 한다.

저자는 여섯 달 동안의 여행을 통해 운 좋게도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단순한 돈 이상이다.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세계를 그들이 모두 장악한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대다수는 저자가 만났던 것과 같은 영세업자들의 손을 거친다. 전통적인 방식의 상거래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이익이다. 하지만 그것이 시장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를 통해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한다. 고대 상인들이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와 마주쳤던 것과 마찬가지다./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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