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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화 속 산책>/문라이즈 킹덤/순수한 로맨스를 맛보다

김경희 기자 입력 2012.10.18 12:48 수정 2012.10.18 12:48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런 날에 볼 만한 좋은 영화를 고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거나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 영화, 초인 영웅들이 괴력을 지닌 악당들과 싸우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활약하는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 형제의 동화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순수한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 웅상뉴스
이런 와중에 우연히 영화 한 편을 건졌다. 자연재해와 어른들의 규격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소년, 소녀의 신선한 사랑 이야기가 내 관심을 끌었다.
첨단기술의 세련미와 퇴폐적인 상상력이 지겨울 정도로 되풀이되는 요즘 세상에서 그런 영화를 본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즉 독립영화 감독인 웨스 앤더슨이 만든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잊어버리고 있는 과거를 신선한 방식으로 환기시킨다. 오래 전의 순수성을 상기시킨다. 나이가 들고 사회에 때가 묻으면서 그런 순진함을 잃은 지 오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아직도 풋풋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박하고 잔잔한 감동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다.

‘문라이즈 킹덤’은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쉽게 잊혀져 가는 여러 가지 사소한 감정을 확대해서 보여 주는 영화다. 거대한 세상에서는 정치와 문화가 순수하고 순진한 감정의 숨통을 누르고 아이들에게 기성 세대들의 가장 나쁜 가치관을 본받도록 교육을 받는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허클베리 핀과 제인 에어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다. 그들을 소재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어린 주인공들은 미숙하지만 서로에 대한 열정이 어른 못지 않다. 젊은 시절, 우리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12세인 두 주인공인 수지와 샘, 그들은 함께 도피를 한다. 바닷가에서 야영을 하고 그들은 둘만의 순수한 시간을 보낸다.
스크리 속에서 재현어른들에 의해 구조되어 두 사람의 생활이 파괴되기 전까지 두 주인공은 시간이 정지한 섬의 왕국을 함께 찾아낸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이지만 순수한 세계를 경험한다. 이처럼 세상 속에서 로맨스를 잊고 있는 어른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경험에 동참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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