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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야기가 있는 풍경

대운산 척판암

김경희 기자 입력 2012.10.04 14:51 수정 2012.10.04 02:51

장안사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대운산으로 올라가다보면 계곡 옆에 척판암(擲板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유서 깊은 전설에 비하여는 암자는 초라하고 퇴락되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상이었다.
『양산시지』(양산시지편찬위원회, 2004) 척판암은 원효스님이 신라 문무왕 13년(서기673)에 기장 장안사와 함께 창건된 것으로 당시 담운사라 불렀다. 1938년 경허스님이 중수했으며 얼마전까지 장안사의 부속암자였으나 현재는 독립된 사찰이다.
척판암에 얽힌 전설은 근거없는 전설이 아니라 불교계에서는 실화(實話)로 전하여지고 있다. 신라시대의 그 유명한 원효대사가 이곳에 이름없는 작은 암자를 지으러 조용히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중국에 있는 장안, 종남산, 운제사(長安, 終南山, 雲際寺)라는 큰절에서는 천명(千名)이 넘는 많은 스님들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절 앞 허공위에 큰 소반 하나가 빙빙 돌고 있었다. 이것을 본 한 스님이 모든 스님들에게 알렸다. 스님들이 모두 절 밖으로 뛰어나와 공중에서 빙빙 돌고 있는 그 소반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그 절의 큰방 대들보가 부러지며 집이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돌든 소반도 땅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그 많은 스님들이 밖에 나와 모두 생명을 건졌다고 한다. 땅에 떨어진 소반을 주어 보니 「海東 元曉 擲板救제」(해동에 있는 원효는 소반을 던져서 많은 스님을 구제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그 천명의 스님들은 매우 신기하게 여기고 해동 신라국에 와서 경남 양산 내원암에서 원효대사를 만나 공부를 배워 모두 도인이 되었으므로 그 산을 천성산 (千聖山)이라 하고 그때 소반을 던졌던 암자를 척판암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당고승전(唐高僧傳)에 수록되어 있다. 차성가에 원효조사 던진판이 척판암이 거기로다고 표현하였다. 암자는 예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고 그저 시골 산기슭에 아무렇게나 지은 평범한 기와집으로 흙벽과 시골문짝을 붙인 초라한 모습이지만 아무튼 척판암은 불광산의 수려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척판암 감로물은 인근에서 유명할 정도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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