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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온고지신의 즐거움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10.06 13:08 수정 2012.10.09 01:08

-도올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

나는 요즘 ‘논어’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다. 총 20편, 500여 문장으로 이루어진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나눈 담화들이다. 딱딱하고 읽기 어려운 고전이지만 작심하고 한구절 한구절 쉬엄쉬엄 읽어가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그 묘미에 빠져들게 된다. 즉 온고지신의 즐거움이랄까. 옛것을 배워서 현재 나의 모습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曾子曰 五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이 구절을 풀이하면 이렇다. 증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돌이켜 본다. 남을 위해 도모함에 충성스럽지 못하지 않았나 벗을 사귐에 믿음직스럽지 못하지 않았나 가르침을 받은 것을 익히지 못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이 말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충과 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부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스승과 제자이든 그 어떤 관계이든간에 믿음이 없으면 이런저런 오해가 끼어들 여지가 많고 그러다보면 틈이 벌어져서 멀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사소한 오해로 좋았던 사이가 깨어지는 경우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또 이런 구절이 있다.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못할까봐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하라! (不患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인간들의 내면에는 누구나 남들에게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그래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마음이 옹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자는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 말고 먼저 남을 알아보고 인정해 주고 스스로 남에게 알려질 만한 실력을 쌓으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논어’의 말은 살아가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새가 여러 번 날갯짓을 익히듯 배운 것을 익히고 또 익혀서 흙이 물에 푹 젖어드는 것처럼, 마음에 푹 배여들게 하는 순간 맛보는 희열은, 아마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요컨대 ‘논어’ 속에는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이 무궁구진하다. 그 말들을 곱씹고 곱씹어서 자기 자신의 인격을 연마하고 스스로 강해짐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각각 개인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어떤 ‘논어’을 읽어야 할까. 나는 도올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를 추천하고 싶다. 원문을 기본적인 배경 지식과 연관하여 해석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공자를 둘러싼 이야기와 사마천과 공자세가, 공자의 제자들, 공자의 예술관 등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끝으로 공자는 세상일에 대해서 가까이할 것도 멀리 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로지 의(義)에 따라서 행동하면 된다고 했다. 의에 견주어 봐서 의에 맞으면 하고 의에 맞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내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살다보면 옳고 그른 것이 불분명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의로움에 따라 행동하면 크게 잘못된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 /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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