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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화 속 산책>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10.05 13:06 수정 2012.10.09 01:06

-'피시 탱크'-을 보고

<레드로드>(2006)로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등장한 여성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신작 <피시 탱크>는 미학적인 선배가 뚜렷한 영화다. 노동계급의 팍팍한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켄 로치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자칫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듯한 클라이막스는 다르덴 형제의 미니멀한 사회 드라마와 닮아 있다.
내용은 이렇다. 15살 영국 소녀 미아(케이티 자비스)는 노동계급 빈민 아파트에서 젊은 엄마, 되바라진 여동생과 살아간다. 그녀의 꿈은 스트리트 댄서. 하지만 정작 꿈을 이룰 방법은 없다.
영화 속의 카메라는 미아를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성격을 표현한다. 한 마디로 그녀는 천방지축이다. 거의 늘 적대적 반응을 보이곤 한다. 오래 학교는 다니지도 않는다. 낮에는 별 생각 없이 동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때운다. 그녀는 툭하면 욕이나 폭력으로 사람들과 충돌하고 싸운다. 그런가 하면 동네 바깥 공터에 있는 흰 말에게 유달리 관심이 많다.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그녀는 그 말을 주인 몰래 풀어주려다가 남자애들과 부딪치기도 한다. 그녀는 또 자신의 경솔함과 성깔 때문에 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도 TV 보거나 잠잘 때만 빼고 조용할 때가 없다. 사사건건 그녀와 부딪히는 가족들도 그녀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다. 엄마 조앤은 그 동네 최고 난잡한 술꾼들 리스트 상단에 자리를 딱 하니 차지하는 술꾼이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거두는 자상한 엄마와는 거리가 먼 이기적인 엄마다. 기회가 되면 밤에 집에서 난잡한 술 파티를 연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아이들은 방으로 쫓겨난다. 동생 타일러도 귀여운 여동생이 아니다. 드세다. 언니 앞에서 태연히 친구와 담배를 나누어 피운다. 미아는 학교와 집 어디에서도 평온을 찾지 못한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해방구는 춤이다. 숨 막히는 무관심 속에서 그녀는 음악과 춤에 의지한다. 유일한 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춤에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진다.
어느 날 엄마가 새 남자친구 코너를 집으로 들인 뒤 미아의 삶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코너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가 사실은 가족이 있는 중산층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전히 삶의 희망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을 다루는 이 영화의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시각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성인 그녀는 여성들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그녀는 쓰레기처럼 천박하고 덜 떨어진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에도 언젠가는 빛이 떠오르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뿔뿔이 흩어지는 모녀들은 화해의 춤을 춘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장면이다./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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