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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는 어떤 동물일까?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09.17 13:54 수정 2012.10.03 01:54

-'인간생태보고서'-

만약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즉 포유동물인 나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어떨까? 한나 홈스의 방식대로 소개하면 이러지 않을까.
‘나는 돌고래처럼 벌거벗고 있지만 올빼미처럼 똑바로 서 있다. 털 색깔은 진하고 피부색은 갈색이고 눈동자도 갈색이다. 파란색 염료를 발라놓은 눈덩이와 붉게 칠한 입술. 새치 때문에 검은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두꺼운 지방층이 감싸고 있는 내 배. 손가락을 오므려 몽둥이처럼 만들어 상대를 후려갈기는 손은 정교한 무기시스템이고 내 발은 26개의 뼈와 인대들이 엮이면서 장거리를 완주할 때까지 내 체중을 고스란히 흡수해낸다. 맨 꼭대기에 이고 있는 두개골은 돔형이고….’
이처럼 한나 홈스는 ‘인간생태보고서’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짝을 상대로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유쾌하게, 폭넓게, 적나라하게 관찰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인간이 달고 기름진 것에 집착하는 것은 굶주림에서 벗어나 생존하려고 하는 본능적인 노력이고 가장 달콤한 것,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것을 우선적으로 먹으려는 동물처럼 인간 역시 그러하다. 둘의 차이점은 인간은 먹는 일에 “이젠 충분해”라고 말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당뇨, 심장병, 기타 질환으로 자기 파괴적인 뒷맛을 남길 공산이 크다.
또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같은 이유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자 한다. 만일 인간이 영역에 집착하지 않는 유형이라면 어떻게 삶이 진행될까. 우선 주거지에 대한 공식적인 권리를 갖지 못한다.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영역에 대한 권리가 없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근거지로 돌아올 때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아 미친 듯이 밀려들 것이다. 당연히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영역인, 경비가 있는 높이 솟은 현관문으로 먼저 들어가려고 각축전을 벌일 것이다. 결코 효율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불완전하더라도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에 안착하고 싶어 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재미있다. 한나 홈스는 자기 자신의 생태를 동물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근한다. 풍부한 실증사례와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비교, 생김새, 영역, 식성, 짝짓기 등을 지루할 정도로 상세하게 서술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인간, 즉 다른 동물보다 조금은 다른 인간 동물을 이해하려는 방법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인간 포식자인 악어나 호랑이, 표범들도 그렇지만 미생물 포식자들도 한 번 생각해보자. 조류 독감, 삭스, 에볼라, HIV 등등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빠른 시간에 진화하고 번식한다. 나는 어떻게 이것들을 막고 죽이고 쫓아낼까? 두 가지 방책이 있다. 포유동물로서 보유하고 있는 표준적인 면역 시스템과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의료용 도구. 하나하나 적들을 제압하는 우리의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포식자 동물들과 미생물을 제거한 일은 바로 우리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이 생태계에 달려 있다. 아마도 우리는 계속 노력하겠지만, 이 검의 또 다른 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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