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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감각에도 역사가 있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09.10 13:49 수정 2012.10.03 01:49

-‘감각의 역사’/마크 스미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감각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접했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 기록들과 사례, 그리고 현대의 추세에도 적용시켜 볼만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신선한 감동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감각은 역사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해를 전제로 진행된다. 감각은 오히려 공간, 특히 시간의 결과물을 역사에 따라 표현하는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시각을 사람들이 인지하고 이해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즉 저자는 우리가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이 감각을 통해 새로운 방향과 의미로 해석됨에 주목하고, 나아가서 공간이나 전근대와 현해 시간의 구분이 과연 유용한지 의문을 던진다. 감각이 지금까지 사회 계급, 인종과 성의 관습, 산업화, 도시화, 식민지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 자아에 관한 인식, 그리고 타자의 개념의 등장을 어떻게 규정짓고, 현대와 관련된 개념으로 발전되었는지 상세하고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남미의 시각 문화, 19세기 호주와 프랑스의 소리 문화, 아메리카 원주민과 근대 유럽의 성(性) 정치학과 촉각 미국의 인종과 후감, 고대 기독교에서의 향기, 그리고 현대 중국과 초기 미국의 국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미각의 역할까지… 감각의 사회문화사까지 파헤친 감각. 그만큼 솔직하다.

오감(五感), 연구학자들은 오랫동안 서양 문화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해온 감각으로 시각을 꼽는다. 르네상스, 과학, 계몽주의가 발전하면서 합리적 진실, 이성처럼 믿을 만한 것들은 시각에 예속되었고,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는 강화되었다. 중국에서 시선과 소리는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중요시되었고, 남미의 마야 문명,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시각, 후각, 청각을 연계한 공감각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다면 청각은? 일반적으로 서구에서 청각은 ‘최고의 감각’인 시각과 ‘저급한 감각’인 후각·미각·촉각을 이어주는 감각으로 인식하고 연구해 왔다. 구술 청력 언어는 수많은 전근대 서구 사회에서 소송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기원전 5세기 로마인들은 입말을 사용했고, 10세기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글보다 말은 더 중요했다. 특히 ‘글’이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는 사회에서 청각 문화는 큰 지배력을 가졌다.

후각은 고대부터 노예 노동, 식민지, 인종과 계급 착취 체제가 정착된 시기까지 중요했다. 후각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 ‘타자’를 만들어내고 특징짓는 역할을 하면서 지배와 피지배 계급의 동화를 막아주는 장벽 구실을 했다. 즉 주인과 지배계급의 사회가 노예나 하층민들의 사회와 동화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벽이었다.
이때 향기는 대단히 중요했다. 그리스에서는 타임, 박하 등의 향이 나는 오일을 발라 사적인 후감과 공공장소에서 후감을 자극했다. 향수는 집단 모임이나 스포츠 행사를 참관할 때도 쓰였는데, 이러한 집단적인 후감 자극 행위는 주로 개인적 용도로 개별화된 향수를 쓰는 현대와는 뚜렷이 대조된다. 로마인들은 향기는 영(靈)과 육(肉)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향신료나 방향제는 많은 양이 활발하게 거래되었다.
미각은 일부 철학자들에 의해 시각보다 저급하다고 여겨져 왔고 쾌락과 고통에 밀접하게 관련된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미각은 21세기 전환기에 와서야 인식이 바뀌었다.
가장 복잡하고 동시에 가장 획일화된 감각인 촉각은 고대와 근대의 법체계에서 중요한 인증 감각으로 기능했다. 촉각은 성별과 연관되면서 폭력성을 가졌다. 촉각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를 강화시켰고, 어떤 계층의 남자든 여자의 신체를 밀치고, 만지고, 때리고, 성적으로 쉽게 공격했다.

이처럼 감각의 역사는 그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왔다. 감각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정치, 문화,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감각과 역사와 얽힌 관계를 확인하고 인식하면서 여태 보지 못한, 느껴보지 못한 모든 감각을 되살렸다. /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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