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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예술

[예술인의 세계] 수필가에서 시인으로... 박정숙 작가의 새로운 문학적 도전

김경희 기자 입력 2026.08.04 08:17 수정 2026.08.04 08:17

“AI 시대, 한 장르에 머물 수 없었다”
수필 이어 ‘박명덕’ 필명으로 시인 등단
상상과 함축의 언어로 창작 영역 넓혀
“수필의 긴 호흡과 시의 깊이 함께 품을 것”

‘박명덕’이라는 필명으로 시인에 등단한 박정숙 작가.

[양산웅상신문 김경희 기자] 2017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박정숙 작가는 수필집 두 권을 펴내고 제7회 포항소재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어 올해 ‘시와 소금’ 봄호를 통해 ‘박명덕’이라는 필명으로 시인에 등단하여 문학적 지평을 한층 넓혔다. 기존의 문학적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언어의 극적 압축과 묘사가 요구되는 시의 세계에 새로 도전한 그의 행보는 지역 문단에 신선한 울림과 긍정적인 자극을 전하고 있다.

최근 지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작가는 수필가에서 시인으로 새롭게 발을 딛게 된 계기와 글쓰기 현장에서 체득한 창작관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를 전했다.

“AI 시대, 한 장르에 머물 수 없었다”

오랫동안 수필을 써온 그가 시에 도전하게 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으며 느낀 창작자로서의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 작가는 “AI가 웬만한 수필을 상당히 능숙하게 쓰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의 자리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한 장르에만 머물기보다 시와 수필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필과 시가 지닌 장르적 차이도 새로운 도전의 이유가 됐다. 수필이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경험과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시는 현실의 경험을 넘어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돌아보면 나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수필의 재료가 되는 강렬한 서사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며 “반면 시는 실제 경험에 갇히지 않고 상상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독자의 읽기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박 작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의 소재가 가족이나 손주 이야기처럼 익숙한 범위에 머물 수 있고, 독자들도 예전만큼 긴 글을 즐겨 읽지 않는 변화를 느낀다”며 “제가 70대, 80대가 되어서도 문학을 재미있게 이어가려면 짧은 호흡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가 잘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를 써 내려가며 체득한 수필과 시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대상과 풍경을 통해 보여주는 데 있었다.
박 작가는 “예전에는 슬프다거나 외롭다 같은 감정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면, 시 창작 과정에서는 그런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나 길가에 홀로 서 있는 사물의 형상을 통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감정을 직접 내뱉지 않고 구체적인 형상과 이미지로 드러내는 훈련을 거치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민해졌다. 진술과 묘사가 한 문장 안에서 어우러질 때 생격나는 시적 긴장과 언어의 깊이도 새롭게 발견했다.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 꾸준히 창작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지도 선생님과 문학회 동료들을 꼽았다.

박 작가는 “지도 선생님께서 ‘어설프게 조급해하지 말고 기본기와 서정성을 3년 이상 차곡차곡 쌓아라’, ‘시 쓰는 습관을 정착시켜라’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그 “가르침을 따라 꾸준히 배우고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 가치는 정직하고 진솔한 삶의 태도다. 화려한 기교나 관념적인 수식어보다 일상의 한 장면과 순간의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시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쉽게 써 내려간 글이 아니라 오랫동안 다듬고 닦아낸 진솔함이 담긴 시를 쓰고 싶다”며 “독자들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건강한 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발 딛고 살아가는 양산의 자연과 이웃들의 소박한 삶도 시적 영감을 길어 올리는 샘이다. 양산 곳곳의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다는 박 작가는 지역의 산천과 거리,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문학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박명덕 시인(본명 박정숙)은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을 쌓고 다듬어 첫 시집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그는 문학의 길을 꿈꾸는 후배들과 지역 독자들에게 “잘 쓰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길 바란다”며 “삶의 순간을 하나씩 글로 담다 보면 문학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필가로 출발해 시인의 이름을 새롭게 얻은 박정숙 작가. 그의 도전은 등단이라는 하나의 결실에 머물지 않고 문학을 오래도록 즐겁게 이어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점이다. 익숙한 길에서 한 걸음 비켜서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제 그는 수필의 긴 호흡과 시의 짧고 깊은 호흡을 함께 품고 ‘박명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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