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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평산동 코아루 아파트 인근에 건설 중인 옥내형 송전탑 공사 현장.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와 불과 3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위압적으로 서 있다. 최근 대법원의 집행정지 기각 결정으로 법적 제동장치마저 사라지면서 공사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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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신문=김경희 기자] 평산동 옥내형 송전탑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이전 불가’와 ‘공사 중단 불가’라는 이중의 벽에 부딪히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들이 희망을 걸었던 이설 용역은 부적합 판정으로 끝났고, 법원마저 행정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 추진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법조계와 양산시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는 지난 3월 20일 평산동 주민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관련 재항고 사건(2025무1011)에서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최종 결정했다. 재판부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등을 근거로 원심인 부산고등법원의 판단에 법적 오류가 없다고 보았다.
이번 결정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사를 멈춰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대해, 공사를 중단시켜야 할 만큼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나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다. 이로써 사업 시행 측은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확고한 법적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법적 다툼과 별개로 추진됐던 ‘종전 부지 이설 가능성’ 검토 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양산시가 총 5,2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평산동 산5-3번지(기존 53호 철탑 부지)로의 이전은 관련 규정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보고서는 해당 부지가 도로와 접하지 않은 ‘맹지’여서 건축 허가가 어렵고, 인접한 새진흥8차 아파트와의 거리가 약 10m에 불과해 일조권 침해 등 또 다른 민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옥내형 설비 설치에 필요한 최소 면적(455㎡)에 비해 대상지(324㎡)가 턱없이 부족해 인접 부지 침범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요 부적합 사유로 꼽혔다. 해당 용역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추천한 업체가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전 논의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현재 송전탑 공사 공정률은 50%를 넘어선 상태다. 송전탑 예정 부지와 인근 아파트 간 거리는 불과 24~30m. 주민들은 건강권과 주거환경권 침해를 호소하며 “지중화를 약속해놓고 주민 동의 없이 옥내형으로 변경한 것은 밀실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전도 안 되고 공사도 못 멈춘다면 결국 모든 피해를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으라는 것 아니냐”며 “행정과 법이 주민의 생존권보다 사업의 효율성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비대위와 법적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대안 부지마저 봉쇄된 상황에서 갈등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 이익과 주민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가운데, 평산동 송전탑 사태는 출구 없는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