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을꽃 위에 내려앉은 나비의 이미지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따뜻하고 짙은 색감은 곧바로 ‘엄마의 계절’이라는 표현과 맞닿습니다. 가을의 빛과 온기, 그리고 조금은 쓸쓸한 정조가 어머니의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이 3행은 매우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정서적 울림이 큽니다. ‘뙤약볕’과 ‘땀’은 고단한 삶의 노동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감물 든 꽃 수건’은 생활의 질감과 시대성을 동시에 불러옵니다. 특히 ‘꽃 수건’이라는 말은 사진 속 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어머니의 땀을 닦던 수건이 가을꽃처럼 피어 있는 듯한 상징적 전환을 이룹니다. 나비는 어쩌면 자식일 수도, 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그 위에 잠시 내려앉아 어머니의 계절을 기억하는 존재처럼 읽힙니다.
짧은 시어로 삶의 시간과 모성의 헌신을 압축해낸 점과 사진과 시가 직설적 설명 없이 감정의 여백을 남긴 점, 또한 ‘감물 든’이라는 구체적 표현이 만들어내는 향토성과 촉감이 촉촉이 와닿습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봐야 할 점은 마지막 행에서 한 번 더 정서의 전환이나 여운을 덧붙여도 좋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화자가 그 수건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암시가 있다면 감정의 깊이가 한층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소 정지된 이미지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가을꽃처럼 아직도 나를 덮는다’ 또는 ‘가슴에서 마르지 않는다’처럼 한 행을 덧붙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는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가을꽃과 소박한 수건의 대비가 특히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어머니의 계절이 곧 우리 삶의 뿌리였음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디카시입니다.
양산디카시인협회고문
한국문인협회회원
양산문인협회회원
양산시립(중앙, 서창, 삼산)도서관과 공립순지작은도서관 디카시강사